神様への願い

 

이번에도 천장 꽉꽉 채워서 나왔지만 이벤트 스토리 읽고 모든 걸 용서했습니다
아래는 감상 ↓ (좀 더 잡탕 같긴 함)

이벤트 특성인 神様 설명부터 '일찍이 신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키지 못하고 전부 잃었다. 역할을 다하지 못한 그것은, 합당한 그릇이었을까.' 너무 피가로에 대한 말이라 스토리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너무 궁금하고 두려웠는데... 10화 피가로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약한 생물이 조른다면 도와주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말야. 그릇이 없는 자신을 깨닫고 언젠가 허무해질 뿐이야."

허무라는 단어에서 '내 가운데는 텅 비어 있으니까 사람이 그리워져 버린다' 는 4주년 카드 에피소드가 생각나기도 했고 친애 스토리나... (정말 좋아하는) 2부 17장 4화도 스쳐지나갔네요 스폿 에피소드인 병의 늪을 보면 피가로는 인간에게 호의를 갖고 그들을 위해 세상을 관리하지만... 어쩌면 그건 백성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속죄일까요

잠깐 삼천포로 빠져보자면 피가로의 이런 면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세계의 관리자고, 외로움, 이제 별로 남지 않은 거겠지 둘도 없는 나만의 것
잃어버린 고향을 생각하듯이 절멸시킨 종을 그리듯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이 마치 신과 같아서 가여움을 느껴요 그리고 2부 17장 4화 보실 분 3주년 특성 보실 분

스토리 얘기로 돌아가서 이번 이벤트 스토리에 비중 있게 나오는 조연인 일라이저는 어떤 면에서 피가로와 대비되는 부분이 꽤 있다고 느꼈네요 피가로는 혼자서 돌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외톨이인데 일라이저는 진심으로 모시던 신을 스스로 바닷속으로 돌려보내면서 혼자 돌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말을 하죠 페를라가 곁에 없더라도 그를 믿는 마음이 함께 있으니까 외롭지 않은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 대비가 정말 좋았어요 피가로는 분명 이천 년 넘는 세월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테죠 사랑했던 백성들이 달의 뒷면에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달빛을 좇아 바다로 들어가는 남자고... 그들이 곁에 없더라도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분명 있을 텐데 그리며 외로워한다는 게
 
작년 배너인 쿠오레에서 기억에 남는 브래들리의 대사가 있어요. 6화의, '이것만큼은 절대로 내팽개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내팽개칠 수 있기 때문에 사랑이 아닐까' 라는 건데... 피가로는 큰 나무를 죽게 내버려 두기보단 병든 가지를 꺾어버리지만 오히려 그런 어떤 희생을 감내하며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게 피가로의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형태는 분명 여러가지잖아요 피가로는 태어나 신이 되어 인간을 사랑했으니까 또 그런 부분이 사람 같지 않아 좋네요 피가로가 사랑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을 아끼는 지배자는 내심 인간이 자신과 동등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인간은 약하고 덧없으며 일찍 죽는 존재이기 때문에 피가로한테는 인간이 우리가 개나 고양이를 보는 것과 다름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아니 왜 자꾸 다른 얘기로 빠지는 거지

고독과 사랑은 추상적인 것이라 하나로 정의할 수가 없죠 일라이저가 페를라를 돌려보내며 혼자 돌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하는 건, 사람은 없어져도 추억은 영원히 남아 있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렸어요... 피가로는 항상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떠나버리는 사람이니까 성숙한 이별을 겪어보지 못했다는 게 확 느껴졌네요 제일 먼저 겪은 상실도 눈사태로 인한 고향의 멸망이고...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전혀 없었음) 먼저 손을 놓아버리는 종잡을 수 없고 초연한 사람 그래도 이별 후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게 조~금 성장한 것 같습니다 (4주년 카드 에피소드)
현자님과의 이별이 있다면 그때쯤에는 피가로가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추억을 위안 삼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살지마평생 날 그리워해

너무 무거운 얘기만 했나
사소하게는 1화에서 피가로랑 데이트(아님) 했다는 거랑 바람에 흔들리는 백의... 이런 서술이 좋았네요 독백이 약간 서정적이고... 쿠오레랑 레가로의 축복하는 폿시데오(상냥하고, 속삭임)가 이번에 또 나왔는데 조연을 위한 축복이 아닌 나를 위한 마법을 걸어줬다는 게... 기쁘다 

하루에 게임 평균 11시간 했는데도 내내 육성 돌리느라 스토리를 한 번밖에 못 읽어서 조만간 다시 읽고 내용 추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