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야의 당신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그림 속 스노우

잘 자게나, 화이트.

 

그림 속 화이트

잘 자게나, 스노우.

 

그림 속 스노우

한때는 어떻게 될지 생각했었지만, 오늘 밤도 무사히 이 방에서 잘 수 있을 것 같네.

 

그림 속 화이트

음. 하마터면 임무지에서 밤을 넘길 뻔했네. 미스라랑 오웬에게는 곤란한 일이지. 일몰이 가까워지자 화려하게 싸움을 시작해 버려서. 

 

그림 속 스노우

오즈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런지. 역시, 그 녀석을 데리고 간 게 정답이었잖아. 오즈도 지금쯤 방에서 쉬고 있는 참인가. 쉽게 잠들 수는 없겠지만……. 

 

그림 속 화이트

불쌍하게도. 오랜 세월 세계를 거느리고, 모든 것을 굴복시키며 살아왔는데.

 

그림 속 스노우

굴욕이지. 마왕이라며 공포에 떨던 세계 최강의 힘이었는데. 

 

그림 속 스노우 · 화이트

…… 밤 동안 그 힘을 쓸 수 없다니. 사지가 묶인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림 속 화이트

뭐, 우리도 남의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밤이 올 때마다 이렇게 그림 속으로 들어가니까.

 

그림 속 스노우

불편하다네.

 

그림 속 화이트

귀찮다네.

 

그림 속 스노우 · 화이트

이런 나날이,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오즈

…… 《ヴォクスノ》 ……. 쿨……. …… 헉……..

………….

꺼림칙한, 기묘한 상처여.

 

 

정신을 차려 보면, 나는 푸른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쾌활한 바람이 산들산들 머리카락을 흔들고, 하얀 구름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이 있다. 고개를 들면,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 그대로 빙글 한 바퀴 돈다. 마치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처럼. 자유롭게, 마음대로 하늘을 유영한다. 

 

모네

아하하. 대단해, 이런 느낌이구나! 마법을 쓴다는 건!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꽃밭이 보였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보라. 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모네

(저 꽃을 모으면, 예쁜 꽃다발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손을 가볍게 들어올린 것만으로도 꽃들이 하늘을 향해 떠올랐다. 무지갯빛 길을 만들어 나가며, 순식간에 내 손 안에 모여든다. 가슴이 북받치는 기분과 함께, 나는 꽃다발을 꼭 끌어안았다. 

 

모네

(대단해, 대단해! 이게 마법……!)

나, 정말 마법사가 됐구나……! 앗……?!

 

순간, 몸에 뜨거운 감각이 흐른다. 정신을 차려 보면, 나는 아까와는 다른 장소에 있다. 

 

모네

…… 여기는……. 

 

눈앞에 있는 건 커다란 문. 덜컹거리는 몸의 진동을 느끼고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음을 깨닫는다. 

 

모네

설마…….

 

방금 전, 갑작스런 열을 느낀 장소로 시선을 떨군다. 

 

모네

검은 백합 문장……!

 

어느샌가 소리는 끊기고, 정적이 휩싸인 공간에서 고동 소리만이 크게 느껴진다. 

 

모네

(그런가, 나는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받은 거야.) 

 

눈앞의 문이 천천히 열리고——.

 

 

리케

—— 그래서, 그 다음은요?

 

미틸

문이 열리고 어떻게 됐나요?

 

모네

아쉽게도, 거기서 눈이 떠졌어요. 

 

어느 날, 정오를 조금 지났을 무렵. 우리들은 샤일록에게 불려져 신작 칵테일 시음회에 초대되어 있었다. 샤일록이 카운터 저편에서 칵테일을 만드는 사이, 나는 어젯밤의 신기한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쿠 쨩도 마법사들과 같이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있는 건지, 내 어깨에 몸을 기대고 있다. 

 

모네

엄청 리얼한 꿈이었어서, 일어나자마자 문장을 찾아봤어요.

 

샤일록

발견하셨나요?

 

모네

그게……. 없었어요.

 

오즈

당연하다.

 

스노우

그게 꿈이라는 게지.

 

화이트

엉뚱하고 재미있고 덧없는 것이지. 

 

모네

아하하. 그렇죠. 그래도 역시, 여러분이 들어주시니 후련해졌어요. 일어났을 때부터 뒤숭숭해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샤일록

후후. 실로 뜻깊고 흥미로운 꿈이니까요. 어쩌면 그 꿈은…… 현자님에게 있어서, 『별에게 맡긴 소원』 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샤일록은 우리 앞에 잔을 내려놓았다. 잔을 가득 채운 푸른 시럽 안에는 많지 않은 불빛이 깜빡이고 있다.

 

샤일록

부디. 이쪽이 신작 칵테일, 『별에게 맡긴 소원』 입니다. 술을 드시지 않는 분은 논 알코올로 준비해 드렸답니다. 

 

리케

와아, 예쁘다…….

 

미틸

잔 안에 별이 가득한 하늘을 가둔 것 같아요!

 

스노우

외형뿐만 아니라, 이름도 별을 따서 멋부리고 있지 않은가. 『칠석』 이란 행사에 맞추어 만든 한 잔이라는 것도 납득되네.

 

화이트

칠석은 분명, 현자의 세계에서 별에게 소원을 맡기는 행사였지?

 

모네

네. 샤일록은 전에도 몇 개인가, 칠석을 딴 칵테일을 만들어 주셨죠.

 

샤일록

네. 이번에도 유성처럼 영감이 내려왔으니까요. 신작의 피로가 되었습니다. 

자. 별들이 잔 속의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을 때 꼭 맛보아 주세요.

 

스노우 · 화이트

그럼, 건배!

 

모네

으음, 맛있어요! 어렴풋이 단맛이 나는데, 의외로 씁쓸한 맛이 있어서……! 

 

오즈

…… 맛있군.

 

리케

와, 입안이 톡톡 튀어요! 샤일록, 이건 뭔가요?

 

샤일록

잔 속에서 빛나던 별들이 당신 속에서 흩날리듯 춤추는 거랍니다. 그 감촉을 맛보면서 별에게 맡길 소원을 생각해 본다…… 는 건, 어떠신가요. 별들이 변덕을 부려, 당신의 귀여운 소원을 이루어 줄지도 모른답니다.  

 

스노우

꺄아, 로맨틱해!

 

화이트

오즈 쨩, 소원이래! 뭘로 할래~?

 

오즈

별에게 소원을 빌지는 않는다.

 

리케

미틸, 어떤 소원을 빌 건가요?

 

미틸

저는 정했어요. 리케와 모두가 건강하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기를, 입니다!

 

리케

와아, 저랑 같네요! 후후, 소원도 짝꿍이에요.

 

모네

별에게 비는 소원이라……. 나는 뭘로 할까.

 

스노우

어라, 그대의 소원은 아까의 꿈이 아닌가?

 

모네

네?

 

화이트

샤일록도 말하지 않았는가. 현자의 마법사가 되는 그 꿈이, 그대에게 있어서 별에게 맡긴 소원일지도 모른다고. 

 

모네

그 꿈이, 제……. 

 

잠시 눈을 감고 꿈속에서 마법을 부린 감각을 떠올린다. 상쾌한 바람이 몸을 간지럽히고, 휙휙 하늘을 달리고 있었다. 손을 뻗는 것만으로도 꽃들이 생각대로 흩날리고, 아름다운 꽃다발을 손에 넣었다.

…… 그 엘리베이터의 소리도 떠올려 본다.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서 이 세계에 왔던 일도.

 

모네

그런 말을 들으니, 확실히……. 바람이라고 할까, 제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걸 보여 준 꿈일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제가 현자가 아닌 현자의 마법사로서 여러분과 지낼 수 있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은 있으니까. 

 

나는 천천히 눈을 뜨고 마법사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꿈을 꾸는 기분이어서일까. 이상하게도 오늘은, 평소에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 기분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어지는 스스로가 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느끼고 있던 마음의 조각들이, 오늘은 스르르 말의 옷을 입고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모네

여러분도, 이 세계도, 마법도. 좀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날마다 커져가고 있어요. '마법'도 '마법사'도, 제가 있던 세계에서는 가공의 것이었으니까요. 

 

미틸

현자님, 전에 이야기해 주셨죠. 마법사는 동화책 속에서만 나오는 존재였다고.

 

모네

네. 그래서 이 세계에 왔을 때, 이게 현실이라는 걸 전혀 믿지 못했어요.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는데, 눈은 제대로 뜨고 있어서…….

 

리케

…… 당황하셨나요?

 

현자님도?

그런 느낌으로 묻는 것처럼 들렸다. 작은 손끝을 꿋꿋하게 뻗어 옷자락을 살짝 잡는 것처럼. 이쪽을 바라보는 리케의 눈동자를 마주 바라보며,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네

네, 무척이나. 모르는 것밖에 없는 세계에, 저 혼자만 와 버린 게 불안하다고 할까……. 

(세계에 혼자 남겨졌다. 그때는 그렇게 느꼈지. 그래도…….)

 

카운터 안쪽에 서 있는 샤일록에게 눈을 돌린다. 그는 상냥한 눈빛으로 내가 하는 말을 지켜보고 있다.

 

모네

전 현자님이 남겨둔 현자의 서를 읽을 때 샤일록이 말해 준 거예요. 

 

샤일록

세계를 구해도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세계를 구하지 않더라도 먹고 살 수는 없지만요.

 

모네

크, 큰일이네요.

 

샤일록

아뇨, 재미있습니다. 저는 이 일을 좋아해요. 귀찮은 일은 많이 있지만, 스스로 자신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마음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거랍니다.

 

샤일록의 말에, 나는 마음이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모처럼 기묘한 세계에 왔는데도 나는 이 세계를 기대하고 있지 않다. 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전에, 이 세계를 즐긴 뒤에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네

덕분에 기분이 긍정적으로 변해서……. 그때, 멋진 마법도 같이 보여 줬어요.

 

샤일록

그랬었죠. 기억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그때는 분명, 이렇게.

 

샤일록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순간 허공에 뜬 와인병이 부글부글 끓는다. 허브 향기가 바에 살짝 풍기기 시작한다.

 

모네

앗. 그때랑 같아……! 

 

무심코 목소리를 높이자, 샤일록은 윙크로 화답한다. 

 

스노우

호호호,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역시 샤일록이구먼.

 

화이트

갑자기 어른의 모습이 되어서, 현자의 다리 힘이 풀리게 한 우리와는 다르구먼.

 

오즈

현자에게 장난을?

 

스노우

아닌걸!

 

화이트

그건 친절하게 대해 주려는 마음이었던걸! 

 

모네

아하하. 두 분의 그 마법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 중 하나예요. 

 

공중에 떠오른 병 안에서 허브들이 계속해서 춤춘다. 전에 있던 세계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신기한 풍경. 

 

모네

그 이후로 수없이 많은 마법을 봐 왔는데도, 볼 때마다 신기하고, 신선하고, 두근두근거려요. 물론 즐거운 것뿐만 아니라, 같이 임무에 가고, 여러 위기를 극복하는 여러분을 보면서……. 즐거운 일, 힘든 일, 조금이라도 좋으니 여러분이 짊어진 역할을 저도 같이 나누어 가지고 싶다고. 그런 마음으로, 그런 꿈을 꾸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말을 이어나가며 나는 눈앞의 잔에 한 번 더 입을 가져갔다. 입 속에서 별이 톡톡 튀어오르는 걸 느낀다.

 

모네

스노우랑 화이트가 말한 것처럼, 제 소원은…… '꿈속이라도, 현자의 마법사가 되어 보고 싶어'로 해 볼까요. 만약 꿈속에서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이랑 이 세계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스노우 · 화이트

현자……. 

 

스노우랑 화이트가 눈을 깜빡거린다. 그리고 다른 모두와 시선을 교환한다.

 

모네

라니, 죄송해요. 오늘은 좀 혼자 많이 얘기했네요. 

 

조금 부끄러워져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비웃지 않는다는 걸 이젠 알고 있다.

 

스노우

이 얼마나, 착한 아이인가!

 

화이트

오즈나 북쪽 학생들에게 현자 같은 마음가짐이 절반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오즈

………….

 

리케

현자님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시면서도, 언제나 저희들의 역할을 헤아려 주고 계세요. 

 

샤일록

언제든지 얘기해 주세요. 당신이 저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듯이, 저희들도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릴 테니.

 

미틸

현자님. 제가 전할 수 있는 일이라면, 현자님께 이 세계의 일이나 마법에 대해 잔뜩 이야기해 드릴게요.

 

리케

미틸의 엄격한 지도로?

 

미틸

네? 제대로 친절하게 가르쳐 드릴게요.

 

리케

엄격한 미틸의 지도, 저는 받아 보고 싶어요. 현자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모네

아하하. 그렇네요. 미틸 선생님이 가르치기 편하신 대로, 꼭 부탁드립니다. 

 

발걸음 소리

 

카인

아아, 있다 있다.

 

레녹스

대화하시는 중에 죄송합니다. 

 

모네

레녹스, 카인. 무슨 일인가요?

 

카인

용무가 있어서 현자님을 찾고 있었어. 그런데, 미틸 선생님이라니?

 

모네

미틸이 선생님이 돼서, 이 세계의 다양한 것들을 저에게 알려 주는 거예요.

 

레녹스

그렇군요. 그거 든든하네요.

 

카인

미틸은 박식하니까. 나도 수업을 받고 싶을 정도야.

 

리케

카인도 엄격한 지도를 받고 싶으신가요?

 

카인

아, 엄격한 거야? 상상이랑 좀 다르네…….

 

미틸

정말, 리케. 두 분이 진심이 되잖아요. 

 

화이트

그런데, 그대들. 현자에게 볼일이 있던 게 아닌가?

 

카인

앗, 그랬지. 

의뢰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다고, 아까 쿡로빈이 찾아왔거든.

 

레녹스

담화실에서 현자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모네

알겠습니다. 지금 갈게요.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샤일록, 잘 마셨습니다.

 

샤일록

아닙니다. 현자님, 꿈을 이어서 꾸게 된다면 부디 저희들에게도 알려 주세요.

 

모네

네, 물론이죠!

 

모두에게 손을 흔들며 나는 바를 뒤로했다.

 

리케

…… 꿈을 이어서……

……! 그래.

 

오즈

……?

 

미틸

리케, 왜 그래요? 저희 쪽을 빤히 보고. 

 

리케

좋은 생각이 났어요.

 

 

그로부터 수일 후. 여느 때처럼 아침이 오고, 눈을 뜬다. 

 

모네

(…… 오늘도 다른 꿈이었네.)

 

그 꿈의 다음이 있다면 꾸고 싶어. 그날 이후로, 매일 밤 그렇게 바라면서 침대에 눕지만, 지금까지 허탕의 연속이다.

 

모네

(뭐, 그렇게 간단하게 되지는 않겠지. …… 그러고 보면, 꿈을 이어서 꿀 수 있게 해 주는 상품 같은 거, 이 세계에 있을까? 나중에 모두한테 물어보자. 아아, 그래도, 그때 화제에 안 올랐었잖아. 역시 아쉽—.)

 

노크 소리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몸단장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

 

모네

네—에.

 

문 여는 소리

 

모네

앗?!

오즈, 무슨 일이에요? 그 의상은…….

 

오즈

현자여. 

오늘 하루, 너는 현자이며 현자의 마법사다.

 

모네

아아, 그런가요. 저는 현자면서 현자의…….

…… 응? 저, 그게 무슨……? 

 

리케

정말이지, 오즈. 말이 부족하잖아요.

 

오즈의 등 뒤에서, 그와 비슷한 의상을 입은 리케가 나타났다. 은하수에서 내려앉은 것처럼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리케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다. 

 

리케

현자님, 날마다 맑고 올바르게 있을 수 있는 당신의 소원을, 별을 대신해서 저희가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모네

제 소원?

 

눈을 깜빡거리며 리케와 오즈의 얼굴을 본다. 오즈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오즈

현자의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했었지. 그 소원을 이루러 왔다.

 

리케

현자님은 전에, 샤일록의 바에서 소원에 대해 이야기하셨잖아요? 그때 현자님께서 저희들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말을 다하여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게 정말 기뻤어요. 저도, 저희들에 대해서 더 알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제나 저희에게 마음 써 주시는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모두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현자님께 '현자의 마법사 체험'을 시켜드리기 위해서! 

 

모네

앗, 어……! 현자의 마법사 체험……?! 

 

오즈

아아. 여덞 명의 마법사가 네게 도움을 준다. 

 

모네

그런, 정말 괜찮나요……?

 

리케

물론입니다! 이 의상도 클로에가 오늘을 위해 지어 준 거예요. 나는 외출해서 참가하지 못하지만, 현자님이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하고. 

그러니까 현자님, 사양하지 말고 '응'이라고 말씀해 주세요.

 

등을 미는 것처럼, 리케가 양손을 잡아준다. 감격한 채로 나도 강하게 꽉 맞잡았다. 리케의 손은 무척 따뜻해서, 이게 꿈이 아니라는 걸 알려 준다. 

 

모네

리케, 오즈……. 감사합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리케의 눈동자가 별을 흩뿌린 것처럼 반짝인다.

 

리케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오즈, 부탁드려요!

 

오즈

《ヴォクスノク》

 

눈부신 빛에 눈이 어두워진다. 눈을 떴을 때는 엘리베이터 안이었다. 옆에는 오즈가 있다. 나와 오즈의 사이를, 사쿠 쨩이 유유히 날고 있다.  

 

모네

…… 어라, 리케는?

 

오즈

여기에는 없다.

여기서부터는, 나와 너 둘이 의식을 시작한다. 

 

모네

의식……. 제가 현자의 마법사가 되기 위한 건가요? 

 

오즈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오즈는 천천히 얼굴을 이쪽으로 돌렸다. 

 

오즈

역할을 너무 많이 짊어질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현자의 마법사를 알고 싶다고 바라는가. 

 

이상한 울림이었다. 마치 되돌릴 거면 지금이다, 라는 말을 들은 기분이다.

 

모네

…… 네.

 

내 각오를 물은 것 같아, 똑바로 오즈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진심을 다해 말을 잇는다. 

 

모네

인간인 제가, 이런 기회를 받을 수 있다니, 좀처럼 없는 일이죠. 앞으로도 이 세계에서 여러분과 같이 살아가고 싶으니까……. 저에게 가르쳐 주신다면, 어떤 것이든 알고 싶어요. 

 

오즈

………….

그런가.

 

오즈는 몇 초 동안 눈을 감았다. 긴 머리카락이 흔들렸다고 생각하면, 그가 다시 한번 나를 바라본다.

 

오즈

귀를 기울여라. 무언가 들린다.

 

시키는 대로 귀를 기울이자, 꿈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네

엘리베이터 소리…….

 

오즈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나. 

 

모네

으음, 이 세계에 왔을 때가 떠올라요. 그리고, 그 꿈의 다음도……. 

! 설마, 제 꿈에 맞추어서 여기에 데려와 준 건가요? 

 

오즈

그렇다.

 

오즈는 내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오즈

나의 마법으로도 너에게 신비한 힘을 주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너에게, 믿게 하는 건 가능하지. 비록 잠깐에 불과하다고 해도, 신비한 힘을 그 손에 넣은 것처럼. 이 연출은……

…………. 

이 의식은, 그를 위함이다. 

 

모네

(방금, 고쳐 말했어?! 그러고 보면, 아까 리케도 '모두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지.)

기쁘네요. 분명 다 같이 사전에 여러가지 상담해 주신 거죠? 

 

오즈

아아. 

리케가 의욕이 넘쳤지. 며칠이고 내 방에 들이닥쳤다.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다. 

 

모네

그랬군요! 나중에 다른 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해야겠어요. 며칠이나 모였다니, 힘드셨겠네요. 

 

오즈

여덟 명이 모이면, 하나를 정하는 데에도 의견이 갈린다. 네 주문을 정하는 데는 사흘이 걸렸다. 

 

모네

어, 제 주문? 그건 무슨……. 

 

오즈

그 이야기는 나중에.

 

덜컹 하고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눈앞의 문이 평소와 같은 속도로 천천히 열린다.

그래, 평소처럼.

의뢰로, 외출로, 이 문이 열리는 순간은 지금까지 몇 번이고 경험했을 터인데. 

 

모네

(…… 신기하네.)

 

오늘은 왠지 모르게 처음 내리는 듯한 특별한 전망으로 보인다. 

 

오즈

현자.

………….

 

오즈는 잠시 침묵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오즈

모네, 가지.

 

모네

…… 네!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나는 문을 나섰다.

 

 

카인

어서 와, 모네! 자, 하이터치!

 

레녹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노우

이상한 세계에 발을 들인 아이여.

 

화이트

마음의 준비는 되었는가.

 

모네

여러분……!

 

그곳에는 오즈와 리케를 포함한 여덟 명의 마법사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스노우와 화이트를 제외한 모두가 반짝반짝 빛나는 의상을 맞춰 입고 있다.

 

모네

협력해 준 마법사들은 여러분이었군요!

 

미틸

네! 그날 바에 있던 모두가 계획했어요. 

 

샤일록

당신의 소원을 별에 맡겨 둘 수는 없으니까요. 

 

리케

카인이랑 레녹스도, 그날 바에 들렀었잖아요? 그래서 미틸이랑 같이 말을 걸었어요. 

 

카인

물론, 바로 오케이했지. 모네의 꿈을 이루어 주는 계획이라니, 그런 건 끼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레녹스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권유하면, 같이 기뻐하며 협력해 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노우

만약 전원이 한다고 대답한다면, 총 인원 21명이라네. 그러면 대 프로젝트가 되지 않는가.

 

화이트

거기까지 가면, 도무지 수습이 안 되는 자들만 잔뜩 있으니까 말이네. 그래서 이번에는 바에 있던 우리들끼리 하기로 했다는 게야.

 

샤일록

즉, 저희들은 영예로운 역할을 맡은 행운의 여덟 명인 셈이죠.

 

스노우

신입도 베테랑도 총집합이라네.

 

화이트

참고로 우리는 큐트 담당이지.

 

오즈

뻔뻔하군…….

 

미틸

있는 힘껏 도울 테니, 모네 님은 안심하고 현자의 마법사 체험을 즐겨주세요!

 

레녹스

모네 님께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네

와아, 감사합니다!

현자의 마법사 체험이라니……. 어떤 걸 하게 될지 전혀 상상이 안 돼요.

 

스노우

호호호.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화이트

유달리 신기한 하루의 시작이라네!

 

쌍둥이는 사랑스러운 얼굴로 방긋 웃었다. 그 찰나, 황금색 눈동자가 살짝 가늘어지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등을 곧추세웠다. 

 

스노우

현자의 마법사가 된 그대에게는, 맨 처음으로 필요한 게 있다네.

 

화이트

그건, 주문이지.

 

모네

주문……! 

 

히스클리프에게 이 세계의 주문에 대해 배웠던 걸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해질녘과 빗소리'. 귀에 맴도는 아름다운 울림이 그의 주문의 의미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모네

주문은 각자 다른 거죠. 진실된 사랑이나, 우주의 진리를 주문으로 삼은 사람도 있다고 히스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스노우

그 말대로. 주문이라는 건, 마력을 품은 마음을 강화하는 주술 같은 것이지. 각자의 마음에 맞는 말을 찾는 게 중요하다네.

 

모네

그럼, 오늘은 제 주문을 생각해 보는 건가요?

 

화이트

아니, 오늘은 다른 시도를 생각해 보고 있다네.

 

미틸

사실은 오늘 모네 님만의 주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좋았겠지만……. 주문은 좋아하는 말을 되뇌는 사이 신기한 힘이 깃드는 거니까, 차분히 시간을 들여야 해요.

 

리케

그래서, 짧은 시간에 모네 님의 주문을 생각해 버리면 오히려 분위기가 흐려질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마법사와 같은 주문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하면 어떠실까요? 

 

모네

어떤 마법사와 같은 주문이라니…….

 

스노우 · 화이트

그건…… 《ヴォクスノク》! 

오즈랑 같은 주문이지.

 

모네

오, 오즈와 같은 주문?!

 

화이트

음. 오늘은 상담 역인 오즈와 일심동체의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네.

 

모네

그, 그런, 제가 외워도 괜찮은 건가요……?! 주문은 여러분에게 매우 중요한 거죠?

 

스노우

호호호. 상관없네. 

 

화이트

외우는 게 그대라면, 마법관에 있는 마법사 중에 싫어하는 자는 없을 거라네.

 

샤일록

네. 저도 그중 한 사람이죠. 

 

모네

그런 건가요? 그럼…… 다른 마법사의 주문을 외우거나, 반대로 자신의 주문이 외워지거나 하는 건?

 

스노우

그건 좀 사정이 달라지지.

 

화이트

예를 들면……. 오즈여, 미스라의 주문을 외워 보거라.

 

오즈

싫다.

 

미틸

…… 미스라 씨의 주문은 싫으신가요?

 

화이트

우리도 오즈랑 동감이라네. 그 녀석의 주문은, 그 녀석 자체이기도 하지. 비유하자면, 뭐랄까……. 

 

스노우 · 화이트

미스라 쨩을 입에 넣고 있는 느낌?

 

모네 · 미틸 · 리케

네?!

 

카인

하하, 재미있는 비유네. 그 감각,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레녹스

타인이 쓰기에는 마음을 담기가 어렵지. 우리가 그의 주문을 외워도, 정령은 따르지 않을 거고…….

 

샤일록

주문이라는 건, 자신이 긴 시간 소매를 꿰어온, 애착 있는 옷 한 벌 같은 것이니까요. 친근함이나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사이라면, 그 한 벌을 빌려 주는 것도 인색하지 않습니다만……. 망나니 북쪽 마법사들처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소매를 꿰는 것은 간과할 수 없겠지요.

 

모네

과연……! 그런 감상인 거군요. 공부가 되네요.

제가 오즈의 주문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된다고 할까, 뭔가 이상한 감각이에요. 

 

샤일록

후후. 세계 최강 마법사의 주문을 외우는 걸 본인에게 용서 받는 영예라니, 좀처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오즈

모네. 내 주문에 불만이 있는가?

 

모네

그럴 리가요! 영광입니다!

오즈, 새삼스럽지만 오늘은 당신의 주문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즈

아아.

 

스노우

그러면 바로 해 볼까!

주문을 외워서, 나랑 화이트의 환복을 부탁한다네. 

 

화이트

우리들의 옷이 반짝반짝~ 살랑살랑~ 하게 바뀌는 걸 이미지하는 거라네. 

 

리케

마법은 마음으로 사용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당신이 보고 싶은 풍경을 마음으로 그려, 마음껏 외워 주세요!

 

모네

알겠습니다! 으음, 주문을 외우면 바로 마법을 쓸 수 있는 그런 느낌인가요?

 

샤일록

후후. 그건 기대해 주세요. 당신의 눈으로 확인해 보시죠.

 

모네

ㄴ, 네……!

 

샤일록이 내 등을 새로운 세계로 보내듯 살짝 민다. 그에 용기를 얻으면서 두 번 심호흡한다. 

 

모네

(두 사람이 옷을 갈아입는 이미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렇게 생각해도, 첫 주문, 첫 《ヴォクスノク》 다. 심장이 뛰는 소리를 느끼면서, 나는 인왕^[각주:1]처럼 우뚝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멋진 척을 하며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를 냈다.

 

모네

…… 《ヴォクスノク》!

(으아—! 말해버렸다!)

 

옆에서 몇 번이고 들은 소리를 입에 담은 여운을 입술로 느낀다. 그건 확실히, 남몰래 동경하고 있던 친구의 단벌옷을 빌려 입은 것 같은 신기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스노우 · 화이트

………….

 

모네

…… 어, 어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네

으음……. 혹시, 제가 외운 방법이 좀 나빴던 걸까요……? 아니면 이미지가 부족했다든가?

 

카인

아니. 이번엔 네가 안 좋았던 게 아니라…….

 

카인의 뒤에서 스노우와 화이트가 오즈에게 소근소근 귓속말을 하는 게 보였다. 

 

스노우

잠깐, 오즈 쨩, 똑바로 해야지! 어제 미리 얘기했잖아?

 

화이트

지금은 아직 그걸 주지 않았다는 게야. 그대가 어느 정도 타이밍을 맞추지 않으면, 마법을 부리는 느낌이 나지 않을 게 아닌가. 

 

오즈

…… 아아. 

 

화이트

에에—. 이제 와서 '실수했다' 같은 표정 지어도 늦었는데요. 

 

모네

(앗…… 그런 건가……!)

저! 죄, 죄송해요! 저, 한번 더 해 볼게요! 해 보고 싶어요! 

 

스노우

오오! 그런가그런가.

씩씩한 아이구먼.

 

화이트

미안하네, 불초 제자가……. 

 

샤일록

감사합니다, 모네 님. 그럼, 처음부터 다시 부탁드려도 될까요.

 

모네

네!

 

오즈

모네. 내 주문에 불만이 있는가?

 

레녹스

거기서부터인가요……?

 

모네

여, 영광입니다!

 

미틸

괘, 괜찮아요! 다음은 분명 잘 될 거예요!

 

리케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죠.

 

모네

마음을 가라앉히고…… 갑니다……!

《ヴォクスノク》

 

오즈

…… 《ヴォクスノク》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내 다섯 손가락 끝에서 열을 느낄 정도로 하얀 빛이 흘러넘친다.

 

모네

?!

 

하얗고 강한 빛은 순식간에 스노우와 화이트를 감싸고——.

반짝 하고 빛이 튀자, 눈앞에는 파랗게 빛나는 의상을 입은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모네

……!! 돼, 됐어?!

 

화이트

우와~!

 

스노우

축하해~!

 

미틸

모네 님, 대성공이에요!

 

리케

자, 오즈도!

 

오즈

…… 잘했다.

 

카인

해냈네! 모네! 자, 하이터치!

 

레녹스

역시 모네 님입니다.

 

샤일록

어떠신가요? 처음으로 마법을 부린 감상은.

 

모네

………….

 

순간적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초 전 눈앞의 광경이 눈에 선하다.

 

모네

대, 대단해요! 제가 주문을 외우니까, 손끝에서 빛이 와— 하고. 두 사람을 감싸고, 그리고 의상이……! 

 

손바닥을 몇 번이고 쥐락펴락하며, 그 감각을 확인한다. 

 

모네

정말로 마법을 부린 것 같아요……!

 

그날 꿈꿨던 마법의 힘이, 이 손에 깃든 듯한 순간을 되새긴다. 어떤 마법을 쓸 수 있을까.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걸 본 나는 무엇을 느낄까. 색색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듯, 내 마음을 다양한 기대가 수놓아간다. 

 

샤일록

후후, 모네 님. 기뻐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그렇죠,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스노우

음! 왜냐면 아까 느낌대로라면, 시간 차이가 조금 아쉽지—.

 

화이트

리얼이 조금 부족하지—.

 

카인

부족하다구, 리얼!

 

레녹스

실제로 체험하시는 건 모네 님이시니까, 본인에게 물어봅시다.

모네 님. 좀 더, 이런 느낌의 마법을 써 보고 싶다는 등, 희망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미틸

예를 들면, 모네 님의 세계에서 전해지는 마법사의 방식이라든가.

 

리케

오늘의 주역은 모네 님이에요.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의 이상을 알려 주세요.

 

모네

그런, 더할 나위 없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아직 그치지 않은 고동을 진정시키면서, 나는 전에 있던 세계에서 봤던 만화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떠올린다. 

 

모네

음, 제가 있던 세계의 이미지라면……. 특별한 아이템이나, 스틱을 가지고 주문을 외우는 걸까요.

 

리케

스틱이라는 건, 지팡이를 말하는 거죠?

 

모네

맞아요. 오즈의 마도구 같은 느낌으로…….

 

스노우

음음. 그대, 방금 마도구라고 했지!

 

화이트

그 말이 언제 나올까 싶었다네!

 

스노우 · 화이트

주문 다음으로는, 그대에게 마도구를 주겠네.

 

모네

헉! 주문뿐만이 아니라, 마도구까지 갖게 해 줄 수 있나요?

 

오즈

마도구라는 것은, 주문과 함께 마법사의 반신이다. 네게 친숙한 것이 어울린다.

 

레녹스

뭔가, 마도구로서 휴대하고 싶은 물건이 있나요?

 

모네

어어, 와, 어쩜 좋아……!

사실 저, 계속 마도구를 동경하고 있었어요. 왜냐면, 모두가 각자 소중한 것을 손에 들고 주문을 외우는 모습, 정말 멋지잖아요. 그래서, 저도 마도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흥분해 버려서……. 와아, 뭘로 하지……?! 

 

나였다면 어떤 마도구였을까? 머릿속으로만 했던 그 공상에, 지금 손을 뻗고 있다. 어린애 같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설레는 마음이 멈추지 않는다.

 

카인

하하, 기쁘네. 마도구를 고르는 네가 그런 얼굴을 해 줘서.

 

오즈

조급할 필요는 없다. 네게 허락된 시간이다.

 

리케

사양 말고 마음껏 고민해 주세요.

 

샤일록

당신이 무엇을 고를지 지켜보는 시간도, 저희들에게는 신나는 시간이니까.

 

마법사들의 눈빛은 따뜻하고, 선택을 재촉하거나 몰아세우지 않는다. 나는 안심하고 이것저것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모네

이쪽에 왔을 때 처음으로 쓴 펜……. 아, 책상을 꾸민 장식품도 괜찮을지도. 이 브로치도 마음에 들고…….

…… 그래도, 역시 그걸까.

 

한참 헤맨 뒤, 나는 가방 속에서 현자의 서를 꺼냈다. 소중한 건 잔뜩 있지만, 파트너^[각주:2]라고 할 수 있는 건 역시 이거다.

 

모네

…… 이걸 제 마도구로 삼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스노우

물론이지. 그대의 마도구로서 더할 나위 없다네.

 

스노우는 부드럽게 미소 짓고, 나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스노우 · 화이트

《ノスコムニア》

 

모네

와…….

 

내가 끌어안고 있던 현자의 서가, 바람도 없는데 허공에 떠오른다. 쌍둥이의 손 사이에서 현자의 서가 빛을 띠기 시작한다.

 

스노우

오즈여, 지금이네.

 

오즈

《ヴォクスノク》

 

허공에 떠오른 현자의 서에, 오즈가 지팡이를 치켜올린다. 지팡이가 번쩍이며 빛나기 시작하고, 현자의 서의 표지에 오즈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오즈는 계속해서 빛나는 지팡이 끝을 현자의 서에 살짝 닿게 한다. 마치 눈이 손바닥 위에서 녹듯이, 마법진의 빛은 현자의 서 속으로 사라졌다. 

 

스노우

자, 이걸로 됐다. 오즈가 곁에 있는 동안은 그대가 주문을 외우는 타이밍에 맞추어 마법을 부릴 수 있다네.

 

화이트

이것이 그대의 마도구인 게야.

 

모네

(내 마도구…….)

 

원래도 소중했던 현자의 서가, 한층 더 특별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서, 양손으로 내 마도구를 껴안았다. 오즈가 한순간 눈을 가늘게 떴다. 

 

 오즈

…………

…… 꽤, 닮아 있군. 

 

작은 생명을 품은 듯한, 부드럽고 그리운 듯한 목소리였다.

누구와, 하고 물으려고 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건 그의 미소였다. 

 

모네

아서도……. 당신으로부터 마도구를 받았을 때, 이런 식으로 기뻐했나요? 

 

오즈

아아. 잠자리까지 들고 가서, 오늘 밤은 이거랑 같이 잘 거라며 놓지 않았다. 

 

모네

아하하. 상상되네요. 

 

눈 내리는 북쪽 성 안에서 울리는 아이의 목소리는 분명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따스했겠지.

 

모네

오즈. 오늘은…… 그런 것도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법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당신의 추억도 같이. 

 

오즈

…… 네가 바란다면. 

 

스노우 · 화이트

따라랏따따~. 

 

스노우

마도구를 손에 넣었다!

 

화이트

레벨이 올랐다!

 

리케

뭔가요, 그 따라라는. 

 

스노우

잘 모른다네.

 

화이트

전 현자가 자주 말했다네. 

 

모네

(전 현자님, 여러가지 남겨놓고 떠났네…….)

 

화이트

그럼, 세 번째 챌린지로 가 볼까. 

 

스노우

자, 오즈와 같이 주문을 외우는 게야. 

 

오즈와 눈을 맞추고, 내 마도구가 된 현자의 서를 잡았다. 

 

모네 · 오즈

《ヴォクスノク》

 

모네

……! 

 

가슴 한가운데서 옅은 빛이 흘러넘쳤다. 뭔가 솟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그 빛이 터졌다. 다음 순간, 내 옷이 마법사들과 같은 것으로 변한다. 한 박자의 지연도 어긋남도 없는 완벽한 타이밍이다. 

 

카인 · 미틸 · 리케

됐다—! 

 

스노우 · 화이트

대, 대, 대성공!

 

레녹스 

훌륭하십니다. 

 

샤일록

모네 님은 흡수가 빠르시네요. 

 

모네

…… 대단해……! 방금 그거, 진짜 마법이었다고요?!

 

흥분에 맡겨져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클로에가 만들어 준 의상의 옷자락이 웃는 것처럼 함께 흔들린다.

 

샤일록

훌륭한 마법이었습니다. 의상도 몹시 잘 어울려요. 

 

모네

감사합니다, 샤일록! 저, 지금 마법사일지도……! 

 

샤일록

네, 물론 마법사이고말고요. 하지만, 마법사의 하루는 이제 막 시작한 참입니다. 

 

스노우

그대와 오즈의 주문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 보도록 하지. 

 

화이트

자아. 지금부터 우리가 말하는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걸세.

중앙 나라. 날씨는 양호. 녹색 숲은 기분 좋다.

 

모네

(중앙 나라, 날씨는 양호, 녹색 숲은 기분 좋다…….)

 

샤일록

자, 신입 씨. 다시 한번 주문을 외워 보시죠. 

 

샤일록의 긴 손가락이 내 턱을 찌른다. 요염하게 재촉 받아, 조금 당황하면서도 나는 주문을 다시 외웠다.

 

모네 · 오즈

《ヴォクスノク》

 

 

스노우

오오, 잘 되었구먼.

 

화이트

호흡이 맞춰졌네. 

 

눈 깜짝할 사이에 풍경이 휙 바뀌었다. 나무들이 우거진 낯선 숲에 둘러싸여 있다. 

 

모네

저, 여기는?

 

레녹스

중앙 나라 변두리의 숲입니다. 

 

카인

첫 번째 재료를 여기서 모으는 거야. 

 

모네

재료?

 

리케

크흠! 모네 님께 전해드립니다. 

 

리케가 드라몬드 씨처럼 크게 헛기침했다. 

 

리케

우리 현자의 마법사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새롭게 현자의 마법사가 된 모네 님도 꼭 참여해 주세요.

 

미틸

오늘 받은 의뢰는 약 재료 채집이에요. 세 개의 나라를 이동하며 하나씩 재료를 모아 가는 거예요. 

 

모네

와아, 본격적이다……! 임무까지 체험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리케

그렇죠? 미틸의 아이디어예요. 물론,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아요.

 

미틸

재료를 다 모으면, 그걸로 약을 만들 거예요. 오늘은 제가 선생님이 돼서, 만드는 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모네

아싸! 미틸 선생님의 특별 수업, 바로 받을 수 있네요!

 

리케

저도 기대돼요. 미틸, 기대하고 있어요.

 

미틸

에헤헤. 학생 여러분께 똑똑히 알려 드릴 수 있도록 힘낼게요!

모네 님께는, 이 '선잠초^[각주:3]' 채집을 부탁드릴게요.

 

미틸은 가방에서 꺼낸 식물을 나에게 내밀었다. 연한 복숭아빛을 띤 동그란 잎사귀였다. 두 손을 펼친 정도의 크기로, 언뜻 보면 접시처럼 보인다.

 

모네

선잠초……. 왠지 졸려지는 듯한 약초네요.

 

오즈

이름대로다. 깊이 잠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레녹스

익힘으로써 효과가 증대되는 식물입니다. 군인 시절에는, 잠들기 힘들 때 찾아서 먹기도 했어요. 

 

카인

알지. 전투가 끝난 후에는 마음이 흥분되어 있으니까. 생으로 먹어도 아삭아삭해서 꽤 맛있어.

 

리케

넉넉하게 따서 나중에 네로한테 건네줍시다.

 

미틸

선잠초는 이 근처에 많이 자라니까, 하나씩 마법으로 모아 봐요. 

 

모네

아, 정말이다. 잔뜩 있네요.

 

주위를 둘려보니 나무 밑동과 암벽 그늘에 듬성듬성 핀 핑크색 둥근 잎사귀가 보였다.

 

카인

사물을 이동시키는 마법은 기본 중의 기본이야. 모네, 갑작스럽겠지만 얘를 마법으로 모아 보자고. 

마법을 부리는 요령은 리케 선배가 알려 줄 거야. 그치?

 

리케

네, 맡겨 주세요! 

 

카인에게 재촉을 받고, 리케가 가방에서 꺼낸 노트를 팔랑팔랑 넘기기 시작한다.

 

모네

리케, 그 노트는?

 

리케

수업 내용을 적어 둔 거예요. 사용해야 될 타이밍이나 주의해야 할 점처럼, 배운 걸 잊지 않도록. 이동 마법의 요령에 대해서는 오즈가 세 번째 수업 때 이렇게 얘기해 줬어요. "마법이 익숙하지 않은 자는, 우선 모으고 싶은 개체에 의식을 집중시키고, 조급해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고.  

 

오즈

그렇다.

 

스노우

의외구먼, 오즈가 그렇게 설명에 공을 들여서 지도하는 일이 있을 줄은. 

 

화이트

강에 던진 후에 수영을 가르쳐 주는 타입이라고 생각했건만.

 

카인

아니, 그런 타입의 수업이었어.

 

리케

방금 말한 건, 엄밀히 말하면 오즈의 지도를 아서 님께서 보충해 주시고, 제가 적어 둔 거예요. 이 마법은 저도 많이 연습했으니까, 모네 님의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샤일록

후후. 믿음직한 선배네요.

 

모네

리케 선배, 잘 부탁드립니다!

 

리케

네! 그럼, 제 말대로 따라해 주세요. 

으음……. 저걸로 할까요. 저쪽에 보이는 선잠초를 이동해 볼게요. 마도구를 준비한 뒤에, 대상을 빤히 보고……. 

 

모네

빤히 보고…….

 

리케 옆에 서서, 그의 흉내를 내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선잠초를 쳐다본다.

 

리케

집중력을 높이면서, 끌어당기는 이미지를 명확하게 그립니다.

 

모네

끌어당기는 이미지…….

 

리케

그 상태예요. 마력의 흐름을 충분히 의식하고 나서…….

 

리케는 비어 있는 한쪽 손을 내 손에 겹쳤다.

 

리케

《サンレティア・エディフ》

 

시선 끝에 있는 선잠초가 둥실둥실 떠오른다. 불과 몇 초만에, 내 손 안에 착지한다. 

 

리케

이게 이동 마법입니다.

 

모네

오오……! 대단해요, 리케 선배!

 

카인

멋지네, 리케 선배!

 

리케는 득의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풋풋한 녹색 눈동자를 빛냈다.

 

리케

에헤헤.

 

레녹스

일단 한 장이네. 미틸, 선잠초는 몇 장 모아야 돼?

 

미틸

방금 건 작은 잎이었으니까, 앞으로 서른 장 정도 있으면 충분할 것 같아요.

 

모네

서른 장 정도요. 힘내겠습니다!

 

스노우 · 화이트

파이팅!

 

나는 현자의 서를 들고, 조금 떨어진 나무 아래 있는 핑크색 잎을 바라봤다. 

 

모네

(좋아, 저 선잠초를 이쪽으로 옮겨 보자.)

…… 《ヴォクスノク》 !

 

오즈

《ヴォクスノク》

 

우웅, 하고 자기자신이 자석이 된 듯한 착각을 느꼈다. 내게 달라붙듯 날아오는 건, 핑크색 탄환.

 

모네

으아아?!

 

모든 각도에서 휙휙 탄환이—— 선잠초가 날아온다. 전신이 꿰뚫린 자신이 머릿속을 스친다. 등이 오싹해지고 다리가 오그라든다. 정신 차려 보니 눈앞에 핑크색 산이 높게 쌓여 있었다. 

 

샤일록

어머, 벌써 임무 완료네요. 

 

미틸

어어……?! 

 

스노우

오즈 쨩, 취지 알고 있지?

 

오즈

선잠초를 모은다고.

 

화이트

너무 간단해! 마법 체험의 의미가 없잖아?

 

오즈

…………. 

 

레녹스

아……. 선잠초가 사라졌네요. 어디로 갔나요?

 

오즈

마법관 부엌이다.

 

카인

네로가 놀라는 거 아니야?

 

모네

(…… 깜짝 놀랐다……. 의상을 바꾸는 마법을 부렸을 때는 '해냈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방금 건…… '무서워' 였어. 옆에서 봐 왔었으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쓰는 쪽이 되니까 그런 식으로 느껴지는구나.)

 

전의 세계에 있었을 때,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때까지 몇 번이고 자동차의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앉아 속도를 체감했는데도, 처음으로 핸들을 잡고 스스로 운전했을 때, 말도 안 되게 빠른 느낌이라 정말 무서웠다고. 강한 마법은 그런 감각과 가까울지도 모른다. 

문득 팔에 따뜻한 게 닿았다. 리케가 신경 써 주듯이 내 팔에 손을 대어 주고 있다. 

 

리케

모네 님, 괜찮아요. 

 

리케는 괜찮나요, 라고 묻지 않고 괜찮아요, 라고 말한다. 

 

리케

무섭다고 느꼈을 때는, 무섭다고 말해 주세요. 모네 님께서 새로운 세계를 알아갈 때는, 제가 곁에 있으니까. 즐거운 것도 무서운 것도, 같이 체험해 봐요.

당신이 언제나 저에게 해 주셨던 것처럼. 

 

모네

리케……. 감사합니다. 아까는 확실히 조금 무섭고, 놀랐어요.

그래도, 다시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내 대답에 안심한 것처럼 리케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리케

오즈의 마법은 가끔 좀 난폭해요. 그래도, 익숙해지면 분명 두근거릴 거예요.

그럼, 마음을 가라앉히고 같이 해 볼까요. 

 

모네

네!

 

나는 리케와 같이 이동 마법을 몇 번 반복해서 선잠초를 모았다. 

 

스노우

좋아, 첫 번째 재료는 구했구나. 다음 장소로 넘어가도록 하자.

 

화이트

우리가 말하는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걸세.

서쪽 나라. 반투명한 황색 조명. 카운터 안쪽에는 술이 놓인 선반…….

 

모네

(서쪽 나라, 반투명한 황색 조명, 카운터 안쪽에는 술이 놓인 선반. 응? 거기는 설마…….)

 

스노우 · 화이트

자, 주문을 외우는 게야! 

 

모네 · 오즈

《ヴォクスノク》

 

모네

…… 아.

 

도착한 곳은, 역시 눈에 익은 장소였다. 어른들의 은신처 같은, 세련되고 편안한 공간.

베넷의 주점이다. 

 

샤일록

다시 한 번, 저희 가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현자의 마법사, 모네 님.

 

카인

지금부터 너는 '별빛 설탕' 을 모아 주면 돼.

 

스노우

'별빛 설탕' 이란, 알갱이가 별 모양처럼 생긴 금색 설탕을 말하는 것이지. 

 

화이트

입에 넣으면 녹는 듯한 단맛이 퍼지고, 원하는 환상을 볼 수 있다고 하네.

 

샤일록

감상용으로도 가치가 높고, 손에 넣기 어려운 희귀품 중 하나입니다. 그것을 작은 병에 담아, 이 가게 어딘가에 숨겨 두었습니다.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찾아 주세요.

 

모네

손을 대지 않고……. 마법사 체험이니까, 당연히 마법을 써야겠죠.

 

샤일록

자,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마법을 쓸 것인가, 쓰지 않을 것일까. 쓴다면, 어떤 마법을 선택할 것인가. 접근법은 다양합니다.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기 마련이죠.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찾으실 건가요? 

 

리케

저라면 물건을 찾는 마법을 쓸 거예요.

 

미틸

물건이나 사람의 기운을 더듬는 마법이요. 저도 잃어버린 물건이 있을 때 자주 써요. 저번에도 레노 씨랑 함께 잃어버린 책을 찾았었어요.

 

레녹스

그때는 침대 틈에 떨어져 있었지. 방 안이었으니까, 의외로 금방 찾았어.

 

카인

'어디에 뒀더라?' 싶을 때 편하지. 나도 자주 신세지고 있어.

 

리케

마법에 의지하기 전에, 카인은 먼저 방을 정리해야 돼요.

 

카인

전보다 나아진 편인데……. 일단 선반에 쑤셔넣는 버릇이 안 없어져. 

 

샤일록

중앙이나 남쪽 마법사의 수색은 정공법이네요.

 

리케

별빛 설탕을 숨기는 역할은 샤일록에게 부탁했으니까, 그의 기운이 남은 병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요.

 

미틸

어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즈

여기는, 샤일록의 가게다.

 

레녹스

…… 가게의 모든 병에 그의 기운이 남아 있죠.

 

리케

아, 확실히……!

 

카인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건가.

 

레녹스

어렵네…….

 

모네

스노우, 화이트. 만약 이게 북쪽 마법사가 받은 임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스노우

때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여러가지 방법이 있네.

 

화이트

미스라들이라면 가장 잘하는 수단을 택하겠지.

 

레녹스

어떤 수단인가요? 

 

스노우

숨긴 상대를 협박한다. 

 

화이트

가게를 부순다. 

 

오즈

………….

 

카인 · 미틸 · 리케

할 것 같아……!

 

샤일록

…… 손님.

 

스노우

만약의 얘기니까!

 

화이트

출입 금지 하지 말아 줘~!

 

미틸

참고로, 샤일록 씨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금 같은 때 어떤 마법을 쓰시나요?

 

샤일록

저라면 마법은 쓰지 않아요.

 

미틸

네?

 

샤일록

상대에게 한 잔 대접하고, 대화를 즐기며 힌트를 얻어냅니다. 조금씩 비밀을 파헤쳐 가는 건, 나쁜 장난을 하는 것 같고 감미로운 맛이잖아요?

 

카인

확실히, 당신과 이야기하다 보면 점점 기분이 좋아져서 무심코 얘기해 버릴지도. 

 

리케

샤일록다운 방법이네요. 저도 연습하면 할 수 있을까요…….

 

모네

정말 물건 찾는 것 하나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네요. 그렇지만, 샤일록의 방법은 금방 흉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북쪽의 방법은 따라하면 안 되고……. 으음, 어떤 마법이 좋을까. 

 

샤일록

그렇게 어떤 마법을 쓸지 고민하는 것도 마법사 체험의 일환이에요.

 

레녹스

정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발상을 넓혀서, 내가 이렇게 찾으면 편하겠지…… 같은 느낌으로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모네

그렇군요. 저였다면……. 어어, 제 분신을 만들어서 일제히 찾는다든가? 

 

스노우

호오, 분신인가.

 

화이트

그대는 재미있는 걸 생각하는구나. 

 

모네

어, 그런가요?

 

스노우

분신을 만들면 만들수록 마력의 소비는 커지지.

 

화이트

그렇기에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마법사가 많을 게야. 확실하게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모네

그런가, 마력의 소비……! 자신의 체력이나, 그런 것도 생각해야 되는 거네요. 

음, 그럼 분신이 아니라, 이렇게, 스스로의 의식을 바람에 싣는다고 할까……. 여러 방이나 서랍 속을 바람이 되어 빠져나와, 닥치는 대로 찾아 헤매는 것 같은 건 되나요……? 

 

오즈

알았다.

 

모네

네?

 

오즈

주문을 외워 보아라.

 

모네

어어, 네. 《ヴォクスノク》

 

시키는 대로 주문을 외우자, 손에 든 현자의 서가 빛나며 내 시야를 빼앗았다. 다음 순간, 머릿속에서 카운터 안의 술이 놓인 선반이나 서랍 속에 있는 종이 뭉치의 영상이 엄청난 속도로 맴돈다. 핑글, 하고 현기증이 날 것 같을 때 영상이 뚝 멈췄다. 

늘씬한, 푸르고 작은 병 안에 별 모양 결정이 몇 개인가 보인다. 그 작은 병은 갈색 술 선반 뒤에 숨겨져 있었다. 다음으로, 끼익 하고 무언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가게 안에 울린다. 헉 하고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시야의 정보와 뇌내 화상이 일치한다. 카운터 안쪽 선반이 저절로 열려 있고, 그 안에는 늘씬하고 푸른 작은 병이 자리잡고 있었다. 

 

모네

저, 저건가요?!

 

샤일록 

훌륭합니다. 찾으시는 별빛 설탕이에요.

 

미틸

대단해! 어떻게 하신 건가요, 모네 님?

 

모네

으음, 어떻게 한 걸까요? 가게 안의 다양한 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서…….

 

오즈

가게 안을 전부 봤다.

 

미틸

전부……?

 

레녹스

그것도 마력의 소비가 클 것 같네요.

 

샤일록

좁은 공간이니까 할 수 있는 마법이네요. 아까의 숲처럼 광대한 장소였다면 도저히 찾을 수 없었을 겁니다.

 

리케

오즈도요?

 

샤일록

후후, 그분은 예외일지도.

 

오즈

………….

 

모네

저, 오즈……. 방금 건, 제가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이 가게의 방이나 서랍 속을 닥치는 대로 찾아 줬다는 건가요……? 

 

오즈

그렇다. 

 

오즈의 대답에 나는 무심코 샤일록을 봤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었지만, 씁쓸한 죄악감이 가슴을 조인다. 

 

모네

(…… 방금 그건, 내가 이미지 한 것 때문에 샤일록의 개인 공간을 억지로 들여다 본 걸까……?)

 

사람들 앞에서 물어도 괜찮은 걸까. 망설이는 게 얼굴에 드러났던 건지, 눈치챈 샤일록이 나를 살핀다.

 

샤일록

괜찮으신가요? 모네 님. 오즈 님께서 보신 게 비추어졌겠지요. 심로가 있으신 건지. 

 

모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저……. 

 

나를 신경 써 주는 샤일록의 마음을 외면하고 싶지 않아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네

죄송해요……. 샤일록, 오즈.

제가 이상한 아이디어를 말한 탓에, 오즈에게 엿보는 것 같은 일을 시켜 버린 걸까요……? 

 

겁내며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들은 아주 잠깐 눈을 깜빡이고, 시선을 마주쳤다. 오즈는 평소 모습 그대로, 샤일록은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다.

 

오즈

신경 쓸 필요 없다.

 

모네

그래도……. 

 

샤일록 

풋풋하고 수줍음 많은 인간 특유의 경건한 감성이죠. 저는 좋아한답니다. 상냥하신 분. 저를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네 님.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마법사를 손님으로 대접하는 바의 주인이니까요. 정말로 보여지면 곤란한 것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신경 쓰실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의 자유로운 발상은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거예요.

 

모네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마음 속의 술렁이는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면 곤란한 것을 억지로 열 수 있는 힘을 지금 손에 넣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것. 그게 괜히 불안해졌다. 

 

레녹스

…… 무슨 일이신가요, 모네 님.

괜찮습니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카인

레녹스가 말한 대로야. 모처럼 우리 선배들이 옆에 있으니까. 

 

모네

…… 레녹스, 카인. 

 

순간 입을 다물어 버린 나를 걱정해서인지, 그들이 양옆으로 조심스레 다가와 준다.

 

모네

사실은 좀…… 너무 편리한 힘을 가져 버리는 게, 조금 불안해졌어요. 이 기분은 어떻게 해야 누그러질까요? 혹시, 여러분은 이런 기분과 늘 싸우고 있는 건가요……? 

 

카인 · 레녹스

…………. 

 

레녹스

그렇네요……. 예를 들어 보자면, 상상해 보세요. 모네 님께서 제 방을 방문하셨을 때, 제가 누군가에게 불려져서 자리를 비웠다고 합시다. 그때……. 모네 님은 조용히 제 방 서랍을 여실 건가요? 

 

모네

설마요. 열지 않아요. 

 

레녹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것과 같은 거예요. 

 

모네

같은 거요……? 

 

카인

서랍을 열 수 있지만, 열지 않는다. 마법을 쓸 수 있지만, 쓰지 않는다. 인간도 마법사도 같아. 상대를 향한 경의나 배려를 잊지 않을 것. 모네는 항상 그걸 잘하지. 걱정할 것 없어. 

 

두 사람의 든든한 말과 웃음에, 술렁이던 마음이 점점 진정된다. 

 

모네

감사합니다, 두 분. 조금씩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맨 처음에는 어떤 마법을 사용해서 찾는 게 좋을지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이 마법을 지금 사용해도 되는 걸까'에 대한 시점도 배울 수 있었어요. 마법을 손에 넣었을 때…… 무척 중요한 거죠. 

 

스노우

호호호. 그대는 정말이지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학생이구먼.

 

화이트

잠재력이 무시무시하구먼.

 

샤일록

그럼, 배움이 많은 보물찾기 시간도 무사히 끝났으니 목을 축이고 다음으로 향해 볼까요. 논 알코올에 한합니다만, 여러분. 좋아하시는 걸 말씀해 주세요.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미틸 · 리케

아싸!

 

내어진 음료를 맛본 후, 나는 세 번째 재료를 찾기 위해 다시 현자의 서를 들었다. 

 

리케

모네 님. 이번에는 제가 말하는 경치를 떠올려 주세요. 

북쪽 나라. 커다란 호수. 북풍 휘잉—, 입니다! 

 

모네

(북쪽 나라, 커다란 호수, 북풍 휘잉—……!) 

 

리케

자, 주문을!

 

모네 · 오즈

《ヴォクスノク》

 

 

마중 나온 곳은, 얼어붙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하얗고 매서운 자연의 땅. 북쪽 나라의 호수다. 

 

모네

커다란 호수네요……. 마치 바다 같아요. 

 

스노우

얼지 않는 호수이기에, 수면이 출렁이면서 반짝거리는 게 예쁘지. 

 

화이트

하지만, 수면에는 그다지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다네. 여기는 귀찮은 마물의 거처니까. 

 

모네

앗, 그런가요?

 

스노우

음. 이 호수에는 바피시^[각주:4]라는 거대한 육식 물고기가 살고 있네. 

 

화이트

마지막 재료는 그 물고기의 비늘이지. 그것의 비늘은 편리하다네. 매운맛이 있는 풀과 섞이면 더 매워지고…… 같은, 다른 재료의 특성을 강화하는 특징이 있어.

 

스노우 

하지만, 바피시는 거칠고, 흉포하고, 탐욕스럽지. 짐승, 인간, 마법사 관계없이 모두 통째로 삼켜 버리는 녀석이라는 게야. 

 

모네

그, 그런 물고기의 비늘을 제가……? 

 

스노우 · 화이트

물론이지!

 

스노우

모처럼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기회니까 말이네.

 

화이트

마법 생물에 접근하는 스릴 있는 체험은 빼놓을 수 없지 않겠누. 

 

모네

(괘, 괜찮으려나…….)

 

그때, 고막을 터트릴 듯한 큰 물소리가 들렸다. 

 

샤일록

이런, 바로 행차하셨네요. 

 

호수 저편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돌고래처럼 뛰어오르는 게 보였다. 

 

모네

……! 

 

무의식적으로 숨을 삼킨다. 그건 고래를 훌쩍 뛰어넘는 크기였다.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며 빛나는 입속에는 상어 같은 이빨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미틸 · 리케

…… 커다래……! 

 

카인

저게 바피시인가……! 

 

우리의 기척을 눈치챘겠지. 바피시는 맹렬하게 호숫가를 향해 온다. 

 

레녹스

이쪽을 노리는 것 같네요. 

 

스노우

꾀어내는 수고를 덜었구먼.

 

화이트

바로 비늘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찬스네. 

 

오즈

모네. 무슨 마법을 쓰지. 

 

모네

…… 으…….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쭉쭉 다가오는 바피시의 공포에 위축되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한 번 눈을 깜빡일 때마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바피시의 모습이 커져간다. 사쿠 쨩이 나를 지키는 것처럼 털을 곤두세우고 있는 게 시야 가장자리에 비쳤다. 소리를 낼 틈도 없이, 바피시는 민첩해 보이는 은빛 몸을 크게 휘어 아까보다 높게 뛰어올랐다. 쩍 벌어진 커다란 입이, 통째로 삼키려고 눈앞에 다가온——.

 

모네

……! 

 

오즈

《ヴォクスノク》

 

천둥이 울려퍼지고, 대지가 진동한다. 하얀 섬광이 시야를 뒤덮었다. 다음 순간에는, 바피시의 거대한 몸체가 호수에 둥둥 떠 있었다. 

 

미틸 · 리케

…… 하아…….

 

스노우 · 화이트

아—아. 오즈 혼자 해 버렸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리케와 미틸과는 반대로, 스노우와 화이트는 입을 삐죽였다. 

 

스노우

아쉽구먼. 공격 마법을 체험해 볼 좋은 기회였는데. 

 

화이트

물리칠 수 있을 정도로 붙잡아두면 됐잖아. 기절시켜 버리다니, 성질 급한 녀석. 

 

오즈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붉은 눈동자를 나에게 돌렸다. 하늘은 푸르다고 말하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하다는 말투로 담담하게 고한다.

 

오즈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면 돌이 될 뿐이다.

 

변명할 수 없는 명백한 말이 묵직하게 울린다.

 

모네

…….

 

바피시는 완전히 혼절한 듯, 떠오른 채 미동도 없었다. 오즈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있었지만, 전신이 찌르르 떨리는 엄청난 위력이었다. 만약, 내가 그 마법을…… 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긴장해서 굳어진다. 

 

화이트

…… 호호호. 마법사 1일 차부터 자극이 너무 강했나.

 

스노우

미안하구먼, 너무 무섭게 해 버린 건가.

 

샤일록

그러고 보면, 아침부터 계속 마법을 쓰기만 했죠. 슬슬 한숨 돌리도록 해요. 

 

잠시 쉬는 마법사들에게서 조금 떨어져, 나는 혼자 호숫가를 걷고 있었다.

 

모네

(아까……. 주문은 커녕, 목소리도 안 나왔었지.)

 

바피시가 덤벼들 때의 일을 머릿속에서 되짚어 본다.

 

모네

(만약, 내가 정말 오즈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도저히 저런 마법은 쓸 수 없어. 분명 겁먹고 때를 놓치겠지.)

 

발을 멈추고 하얗게 얼어붙은 광대한 호수를 바라본다.

 

모네

(…… 강함은, 힘뿐이 아니야. 언제, 어떻게 쓸 것인가. 그 한순간의 판단이 자신이나 동료의 생사를 가를 수 있어. 동시에 자신이나 동료 외의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책임도 수반해.)

 

모두와 함께 달려나갔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맴돈다. 노바. 오비시우스. 걸어다니는 지옥. 그 밖에도 수없이 있었던, 마법사들과 나를 덮친 위협. 위협과 대치하는 그 순간들은 각오와 책임이 담긴 결단의 연속이었다.

 

미틸

바피시, 진짜 크네요. 오즈 님은 역시 대단하세요.

 

리케

저랑 미틸도 연습하면 분명 오즈랑 똑같이 할 수 있을 거예요.

 

호수 근처에서 얘기하고 있는 마법사들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온다.

 

모네

(오즈랑 똑같이…….)

 

나는 지금 커다란 힘에 당황하고 있지만……. 만약 오즈처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이 마법사인 나에게 있었다면? 만약 내가 그런 마법사였다면, 대체 무엇을 느꼈을까? 강한 힘에 익숙해져서 주저하지 않고 써 버리는 때도 있지 않을까. 마법사가 된 듯한 '체험' 조차, 이렇게나 마음이 흥분되는데.

내가 정말 마법사였다면……. 열지 말아야 할 서랍을 영원히 열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보지 않고, 부수고 싶은 것을 부술 수 있는데 부수지 않고,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데, 죽이지 않고.

나는 문득 북쪽 마법사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전대미문의 마이페이스인 북쪽 마법사들. 강한 힘을 가진 그들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몸을 떠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한순간에 인간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마법관에서 머무르며, 임무를 함께 하고,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말을 나누고 있다. 

 

모네

(가끔 폭주할 때도 있지만……. 매일매일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자제심을 써 주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깨달은 듯한 기분이 되어, 왠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멍하니 웅크리고 앉았다. 몇 분 동안 그러고 있었던 거지. 물가의 돌을 가지고 놀고 있으니 천천히 발소리가 다가온다.

 

오즈

…… 여기에 있던 건가. 이제 이동한다.

 

모네

아…… 네. 알겠어요.

 

일어서려고 할 때, 닿아 있던 돌의 뒤쪽에 작고 파란 무언가가 붙어 있는 게 보였다.

꽉 달라붙어서 꼬물꼬물 작은 집게발을 움직이고 있다. 그건…….

 

모네

으앗……!

 

오즈

뭐지.

 

모네

앗, 아니……! 돌 뒤쪽에 작은 게가 붙어 있어서, 조금 놀랐어요.

보세요, 오즈, 이쪽 세계에는 파란 게도 있네요. 처음 봤어.

 

오즈

…… 그런가. 몰랐다.

 

모네

엣.

 

오즈

어째서, 놀라는 거지. 

 

모네

아, 으음…….

오늘의 오즈는 다양한 걸 알려 주셨으니까, 저도 모르게……. 뭐든 알고 있는 신처럼 느껴져서.

 

오즈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세계에 관심이 없었다.

 

모네

!

(맞다, 아서도 말했었지.)

 

동물의 습성이나, 식사의 맛……. 세계에 대해서.

오즈 님은 뭐든 할 수 있는 분이신데도, 모르는 게 많은 신기한 분이셨습니다. 

 

모네

(오즈도 나처럼…… 이 세계를 하나씩 알아가는 도중이구나. 조금 안심했을지도.)

 

신기한 힘을 가지는 것, 사용하는 것.

그 의미도, 무게도, 분명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모네

(역시, 알아가고 싶어. 하나씩, 모두의 힘을 빌려가면서.) 

 

리케

모네 님, 오즈! 이제 출발할 거예요!

 

모네

아…… 네! 

오즈, 갈까요.

 

오즈

아아.

 

오즈와 나란히 모두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거대어가 사는 호수는, 조금 전의 거친 일이 거짓말인 것처럼 잔잔했다. 바피시를 쓰러뜨린 강렬한 광경이 머릿속에 맴돌고, 그 기억은 내게 문득 의문을 남겼다. 옆을 듣는 그에게 살며시 말을 건다. 호수면처럼 잔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즈에 대해, 하나 더 알고 싶어서.

 

모네

…… 저, 오즈는 처음부터 강한 마법을 부렸나요? 아까처럼, 엄청 강해 보이는 상대에게 그 이상으로 강력한 마법을 쓰는 건, 저라면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 옛날의 오즈도 그렇게 느낀 적이 있었나요?

 

오즈

………….

 

오즈는 잠깐 생각하더니 중얼거렸다.

 

오즈

마법에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다. 

힘을 쓰는 나날들이야말로 내 일상이었다. 

 

세계 최강인 오즈이기에 말할 수 있는 믿음직한 말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아주 희미하게 파동 같은 걸 느꼈다. 하늘까지 닿는 끝없는 탑의 표면에서 머리카락만큼 가느다란 균열을 발견한 듯한, 그런 무언가를.

 

 

각지에서 목적을 달성한 우리는 마법관으로 돌아왔다. 모은 재료를 손에 들고 실내 수행장에 모였다.

 

미틸

지금부터 약 만들기 수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준비되셨나요?

 

스노우 · 화이트 · 모네

네—에!

 

카인 · 리케 · 레녹스

미틸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샤일록

미틸 선생님, 언제든지 시작해 주세요.

 

미틸

에헤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평소에는 배우는 쪽인 미틸이 지금은 부끄러운 듯, 하지만 기쁜 듯이 교단에 서 있다. 

 

미틸

재료 준비부터 시작하죠. 작업하면서 설명할 테니, 저랑 똑같이 해 주세요.

 

실내 수행장의 책상에는 유발이나 나이프처럼 약 만들기에 사용하는 각종 도구들과 세 개의 커다란 냄비가 놓여 있었다.

 

모네

(왠지 전에 있던 세계의 과학 실험이 생각나네.)

 

미틸

처음으로는, 손에 들고 있는 유발을 사용해서 별빛 설탕을 갈아줍니다. 이렇게, 힘이 너무 들어가지 않도록…….

 

교단에 선 미틸을 따라, 다같이 유발을 버걱버걱 움직인다. 

 

카인

이런 느낌이야? 재밌는 감촉이네.

 

리케

별빛 설탕은 정말 별 모양으로 돼 있네요. 색도 보석처럼 아름다워요.

 

미틸

별 모양을 부수는 건 조금 아쉽지만, 잘 갈아주는 게 약으로 만들 때 쉽게 녹아요. 그러고 보면, 별 모양을 으깰 때 드물지만 빛이 나요. 으깨면서 잘 보세요.

 

모네

…… 앗! 방금, 빛났어요……!

 

리케

대단해! 대성공이네요.

 

스노우

잘 뽑았네^[각주:5]. 운이 좋구먼. 

 

화이트

오늘은 내기에서 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모네

그, 그런가요? 설마 무르나 브래들리를 이길 수 있을지도……? 

 

샤일록

그 둘에게 운만으로 도전하는 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카인

하지 마, 하지 마. 나도 얼마 전에 먼지까지 털렸어. 

 

오즈

………….

 

미틸

저, 오즈 님……. 잘 안 되시나요?

사발을 단단히 지탱하면서 움직이면 부드럽게 될 것 같아요. 

 

오즈

…… 지탱하면서, 움직인다. 

 

미틸

으음, 손에 닿아도 괜찮으실까요?

 

오즈

상관없다.

 

미틸

시, 실례하겠습니다……! 

(…… 으앗, 닿았다! 오즈 님 손, 크네. 그리고 울퉁불퉁해…….) 

 

오즈

왜 그러지. 

 

미틸

아, 죄송해요! 어어, 힘은 이 정도로……. 

아, 맞아요! 그런 느낌으로…… 엄청 잘하시네요! 

 

오즈

네가 잘 가르쳤다^[각주:6].

 

미틸

……! 감사합니다.

형님이나 피가로 선생님이셨다면 분명 이렇게 하셨겠지 싶어서. 

 

레녹스

미틸 선생님, 다 했습니다.

 

리케

저도요! 

 

미틸

그럼 다음으로는, 바피시의 비늘을 손질할게요.

비늘 뿌리가 부드러워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만 나이프로 잘라서, 냄비에 넣고 불에 올립니다.

 

카인

거대어는 역시 비늘도 크구나. 도마에서 튀어나올 것 같아.

 

리케

생각한 것보다 나이프가 잘 들어가네요.

 

모네

다른 부분은 딱딱한데, 신기해요. 감촉이 생선살에 가깝다고 할까, 왠지 회 같은……. 

 

레녹스

회라는 건 카르파쵸 같은 요리였죠. 확실히 조리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드러움이네요.

 

리케

바피시는 어떤 맛일까요. 그다지 맛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카인

맛있어도 좀 복잡해지지. 식인어라고 생각해 보면 말야.

 

모네

그, 그건 확실히…….

 

샤일록

미틸 선생님, 잘라내고 남은 비늘 부분은 어떻게 하나요?

 

미틸

건조해서 다른 약에 사용합니다. 영양이 풍부해서, 질병으로 약해진 사람이나 체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효과가 있어요. 가장 영양이 많은 부분은 바피시의 송곳니라고 알려져 있지만, 너무 딱딱해서……. 

 

스노우

그건 그렇지.

 

화이트

씹어버리는 건 미스라 쨩 정도일 거라네. 

 

모네

아……. 선생님, 슬슬 냄비가 끓기 시작해요! 

 

미틸

선잠초를 넣어도 좋을 때네요. 이렇게 가늘게 찢어서 냄비에 넣어 주세요. 섬유를 따라 찢어내면 간단해요. 

 

모네

와, 진짜다……! 쭉쭉 찢겨요. 

 

미틸

옛날에 피가로 선생님이 알려 주셨어요. 어렸을 때의 저한테는 선잠초가 조금 질겨서, 잘 찢기지 않았거든요. 

 

리케

섬유를 따라서요. …… 어라, 오즈. 듣고 있나요?

 

오즈

………….

 

스노우

선생님, 오즈 쨩이 아직도 별빛 설탕을 갈고 있어요!

 

미틸

아앗.

 

화이트

평소보다 조용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만……. 

 

리케

오즈. 두 단계 정도 뒤쳐지고 있어요.

 

오즈

………….

 

미틸

그, 그래도, 하나의 작업을 공들여서 마무리하는 건 무척 좋은 일이니까요. 다시 한 번 설명할 테니까, 같이 해 봐요. 

 

카인

하하. 오즈는 수작업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모네

그렇네요. 잠깐 오즈가 따라오기를 기다리…….

(…… 어라? 냄비 안에 유독 큰 잎이 떠 있어…….) 

 

샤일록

카인. 그런데 당신, 선잠초를 그대로 넣었네요.

 

카인

응? 제대로 했다고? 봐, 두 갈래로 찢었어. 안까지 푹 익히면 괜찮아. 스튜도 건더기가 큰 쪽이 기쁘잖아.

 

레녹스

이 경우도 스튜로 불리는 건가……? 

 

모네

(아하하, 호쾌하네.)

 

미틸

여러분, 냄비에 비늘과 선잠초를 넣으셨죠?

 

스노우

오즈, 모두를 따라잡아서 다행이구먼.

 

리케

미틸 선생님 덕분이네요. 

 

오즈

아아.

 

미틸

안을 저어서 걸쭉해질 때까지 푹 삶아갑니다. 불 조절을 잊지 않도록 해요. 

 

불에 올려진 큰 냄비 속을 들여다본다. 걸쭉한 형광 초록빛 액체가 김을 내뿜으며 보글보글 끓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화에 나올 것 같은, 말하자면 불가사의한 분위기다.

 

모네

커다란 냄비를 젓는 이 느낌……. 굉장히 마법사 같네요……!

 

레녹스

모네 님 세계의 마법사에게는 그런 이미지가 있군요.

 

모네

그림책에 자주 나왔어요. 어린애 키 정도 크기의 큰 냄비를 끓이면서 막대기로 저어서……. 

 

샤일록

꽤 커다란 냄비네요. 그분들은 무엇을 만들고 있었을까요.

 

모네 

듣고 보니……. 그건 뭘 만들고 있던 거였을까요?

 

스노우

으음. 이제 슬슬 걸쭉해진 것 같은데.

 

화이트

마무리하기에 딱이구먼. 리케, 부탁하네.

 

리케

네! 여기서, 아까 그 별빛 설탕을 넣는 거죠. 그니까, 작은술 한 번을…….

 

모네

리케, 그거 큰술인데……! 

 

리케

네? 앗……!

 

미틸

! 위험해……!

 

폭발음

 

미틸

…… 으, 콜록, 콜록. 여러분, 다친 곳은 없으세요?

 

교실을 뒤덮은 새하얀 연기 너머로 미틸이 얼굴을 내민다.

 

카인 · 스노우 · 화이트 · 레녹스

!

 

모네

(미틸의 머리카락이 새집처럼……!) 

 

리케

미틸, 괜찮으세요?!

미안해요……! 제가 넣는 양을 헷갈린 탓에……. 

 

샤일록

다행이다, 다친 곳은 없는 듯하네요. 미틸 선생님. 

 

사과하는 리케 옆에서, 샤일록이 미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빙글거리던 머리카락과 옷의 탄 자국이 완전히 깨끗해졌다. 

 

미틸

감사합니다, 샤일록 씨.

그리고, 리케 군. 

 

미틸이 천천히 눈썹을 치켜올린다.

 

미틸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 남도록. 저의 엄격한 잔업 보수를 벌로 내리겠습니다.

 

리케 

……! ㄴ, 네!

 

미틸

…… 에헤헤. 그냥 해 본 말이에요.

괜찮아요, 리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조제에는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학생을 지키는 것도 선생님의 역할이에요! 

 

카인 · 리케 · 모네

미, 미틸 선생님……!

 

샤일록

훌륭해, 교육자의 귀감이네요. 

 

스노우

다음에 우리 수업에도 와 달라고 해 볼까.

 

레녹스

…… 그때는, 저도 동행하는 형태로…….

 

오즈

피가로도 데려가라.

 

화이트

호호호, 신용이 없네.

 

그 후로, 너무 컸던 선잠초가 다 녹지 않아 화력을 올린 결과 다시 냄비가 폭발하는 등 여러가지 사고가 있었지만……. 미틸 선생님의 보조와 열띤 지도의 효과로, 무사히 약이 완성됐다. 

 

모네

우와. 완성하면 이런 색이 되네요. 예쁘다…….

 

손에 담긴 병 안에는 찰랑거리는 에메랄드 그린 색 액체가 빛나고 있다. 끓일 때는 탁했는데, 별빛 설탕 때문인지 투명하고 아름답다. 

 

샤일록

모네 님. 이 약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전해드리지 않았죠.

어떤 약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네

뭘까요. 잠이라든가, 환상 효과가 들어갔으니까……. 좋은 꿈을 꾸게 해 준다든가?

 

카인

아쉽네. 앞으로 한 걸음이야. 

 

미틸

실은 이거…… '원하는 꿈을 꾸게 해 주는 약' 이에요.

 

리케

모네 님. 전에, 현자의 마법사가 된 꿈을 이어서 꾸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셨었죠? 부디 이 약으로 다음을 즐겨주세요! 

 

나는 놀라서 마법사들을 돌아봤다. 모두 서프라이즈를 성공시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모네

그래서 이 약을 고른 거예요?!

그런, 오늘 하루도 그 꿈의 연장선처럼 즐거웠는데. 이런 특별한 것까지 받다니…….

 

샤일록

오늘이라는 날이 끝나더라도, 꿈속에서는 또 다른 현자의 마법사 모네의 이야기가 반겨주겠죠. 모쪼록 성이 찰 때까지 맛보아 주세요.

 

모네

가, 감사합니다……! 오늘 밤 잠드는 게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카인

어이어이, 벌써 밤 걱정이야?

 

레녹스

모네 님. 아직 오늘은 끝나지 않았어요.

 

카인

자, 지금부터는 마법관의 모두에게 인사 순회다! 현자의 마법사 모네를 널리 알리고 오자고!

 

미틸 · 스노우 · 화이트 · 리케

와—!

 

 

—— 해 질 녘의 하늘은 평소보다 흐리다. 맑을 때는 불그스름하게 세계를 태우는 석양도, 지금은 구름 사이로 살짝 비칠 뿐이다. 나는 오즈의 빗자루에 타서, 석양을 향해 날고 있었다. 다른 마법사들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모네

모두를 만나러 갔더니 순식간에 이런 시간이 되어버렸네요. 

 

샤일록

어느 분이든 모네 님을 좀처럼 놓아주지 않으셨으니까요.

 

카인

아서, 꽤 기뻐보였지. 모네랑 마도구가 비슷하다고.

 

리케

네. 두 분께서 같이 마도구를 들고 있으시던 모습은 무척 늠름하고 훌륭했어요. 오즈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오즈

아아. 

 

스노우

무르 녀석은 끼워주길 바랐다면서 분해했지.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면서. 

 

샤일록

후후, 클로에의 감격도 사랑스러웠어요. 모네 님이 마법을 부릴 때마다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화이트

라스티카는 당장 신곡을 써냈지. "현자의 마법사 모네와 신기한 세계의 회합" 이었나.

 

레녹스

서쪽 마법사 세 명 다 반응이 떠들썩했죠.

저희 피가로 선생님은 어째선지, "다음에는 내 주문을 쓰지 않을래?" 하고 예약하려고 하셨고.

 

미틸

형님도, 빗자루 레슨이라면 꼭 저한테, 하고 출마하셨죠.

 

카인

맞아. 동쪽 애들 반응도 꽤 의외이지 않았어? 동쪽 마법사가 되지 않겠냐고 모네를 꾀어내고 말이야.

 

모네

동쪽 분들은, 뭐랄까……. 굉장히 상냥한 얼굴을 하셨죠. '힘들겠지만 힘내' 같은.

'마법사로서의 처세술'을 소재로 나중에 수업을 해 주시기로 했어요.

 

레녹스

동쪽 나라는 모두 각자의 고충이 있고, 규칙도 독특하니까요. 

 

미틸

동쪽 분들은 그렇게 친절하셨는데, 오웬 씨도 조금은 본받았으면 좋겠어요. 현자의 마법사 체험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자마자 "그럼, 나랑 승부하자." 같은 말을 꺼내고. 

 

모네

아하하. 그건 간담이 서늘하죠.

목숨이 몇 개 있든 부족할 것 같아 거절했지만, 그 다음에…….

 

리케

미스라랑 브래들리도 같은 말을 꺼냈죠.

 

오즈

네가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스노우

미안해, 우리 애들이 혈기왕성해서. 

 

화이트

모두 주먹으로 얘기하는 타입이니까.

 

떠들썩하게 저녁 하늘을 감싸는 것은 우리들의 말소리.

방금 전까지 마법관에 있던 우리는, 오즈가 꺼낸 말로 지금 이렇게 하늘에 있다. 

 

 

오즈

이제 해 질 녘이다.

모네. 마지막으로 써 보고 싶은 마법이 있나. 

 

모네

마지막…….

 

하늘을 날고, 환상을 보고, 불꽃을 쏘아올리고……. 그동안 보았던 여러가지 마법들이 머리를 맴돌았지만, 대답은 자연스럽게 바로 정해졌다.

 

모네

사실은……. 오즈랑 같이 마법을 부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써 보고 싶은 마법이 있었어요. 

 

오즈

나와?

 

모네

네. 세상에서 오직 당신밖에 부릴 수 없는 마법…….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중정에서 보이는 저녁 하늘은 구름이 주역이었다. 이대로 밤이 되어도, 별은 보이지 않겠지. 평소에는 그게 당연했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모네

…… 오즈. 당신과 함께, 하늘을 개도 괜찮을까요?

 

 

나는 다시 한 번 머리 위를 덮는 저녁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어도, 하늘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색으로 시시각각 해가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할을 마치고, 하루가 막을 내리려고 한다. 

 

모네

(곧 있으면 오늘도 끝나네……. 아침부터 계속 꿈만 같은 시간이었어.)

 

만약, 현자의 마법사가 될 수 있다면——.

손에 닿지 않는 동경을 많이 이뤘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보물을 잔뜩 받았다.^[각주:7]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 어느 순간도 견딜 수 없이 눈부시다. 그것을 내민 마법사들의 마음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모네

여러분,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정말, 정말로 즐거운 하루였어요!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모두의 얼굴을 보며 감사를 전한다.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주는 마법사들. 그 속에서 문득 다가오는 인영이 있었다. 카인이 천천히 이쪽으로 빗자루를 옮겨서 내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는다. 

 

모네

으앗, 카인? 왜 그래요?

 

카인

네 그 활짝 웃는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카인도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카인

…… 나야말로, 오늘은 정말 행복한 하루였어.

마법사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모네는 거리낌 없이 우리한테 말해 줬잖아. 그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어.

 

문득, 카인의 시선이 멀어진다. 그 손은 언제나 검을 차고 있는 곳을 쓰다듬듯이 움직였다.

 

카인

…… 오늘 같은 시간을, 그 사람도 바랐던 걸지도. 

 

모네

(설마, 니콜라스 씨…….)

 

레녹스

…… 저도, 카인과 같은 기분입니다.

현자님의 웃음이, 오늘은 한층 눈부시게 느껴졌어요.

 

레녹스도 눈을 가늘게 뜨고, 나와, 빗자루 위의 마법사들과, 그리고…… 마법관 쪽을 봤다.

 

레녹스

인간과 마법사가, 서로가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함께 나누고……. 함께 웃는 미래는, 분명 이런 모습이겠죠.

 

모네

레녹스…….

 

샤일록

후후. 모네 님은 정말 죄가 많으신 분이시네요. 단 하루로 더더욱 저희들을 사로잡아 버리시다니. 

그런 당신에게, 저로부터는 이 마법을.

《インヴィーベル》

 

샤일록이 빗자루를 이동해 내 눈과 코끝에 손을 댄다. 반짝이는 빛을 띠며 눈앞에 별똥별이 스쳐지나갔다. 마치 샤일록의 손바닥 안에서 작은 우주가 펼쳐져 있는 듯하다.

 

모네

대단해, 예쁘다……!

 

무심코 몸을 내밀면, 흘러가는 별들의 저편에서 흰 물고기 같은 손가락이 다가와 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샤일록

…… 마지막까지, 당신의 그런 얼굴을 볼 수 있다니.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 저도 보상을 받은 듯한 사치스러운 하루였습니다.

 

모네

네……? 저, 무슨 표정 짓고 있었나요?

 

샤일록

후후. 혼자만의 비밀입니다.

 

샤일록은 미소 지으며 하늘 저편으로 눈을 돌렸다. 미풍이 불어와 장난스럽게 그의 앞머리를 흔든다.

 

샤일록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그런 상대를 마주했을 때의 감정은,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마음이 요동치고, 몸이 망쳐지고, 대지마져 가라앉혀 버리는 격정을 일으키기도 하죠. 

 

하늘을 향해 있던 루비색 눈동자가 움직여 나를 바라본다. 

 

샤일록

하지만, 저희들은 지금 눈을 맞추고 웃고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끌어안은 채로.

 

샤일록은 짙게 웃음 지었다. 자신의 일인 것처럼 자랑스럽게.

 

샤일록

모네 님과 함께 이룬 것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 저는 오늘이라는 날을 잊지 않겠죠.

 

모네

샤일록…….

…… 제가 마법을, 이 세상을 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건, 전할 수 있었던 건 여러분 덕분이에요.

 

속내를 얼버무리지 않고 전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그걸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게 아니다. 가볍게 생각하지 않아, 가슴을 펴도 돼, 하고 그들이 시간을 들여 나에게 알려 준 것이다.

 

모네

오늘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걸 여러분께 배웠어요. 얼마나 감사를 표해야 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요. 

 

리케

모네 님.

당신도 오늘 저에게 새로운 걸 가르쳐 주셨어요. 

 

모네

…… 제가요?

 

리케

네. 오늘 하루, 모네 님의 수시로 변하는 표정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면서……. 저는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잘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모네 님의 세계에 색이 칠해지는 걸 옆에서 보고 있는 듯한…….

 

리케가 내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본다. 그 눈동자는, 세계의 어떤 색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만화경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리케

좀 더 모네 님의 세계에 모르는 색이 채워진다면…….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할까. 그렇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참을 수 없어서, 앞으로도 당신의 곁에서 지낼 수 있는 게 기뻐서…….

제 이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만. 

 

모네

리케……. 무척 잘 전해졌어요.

 

카인

아아, 나한테까지.

 

미틸

저한테도요!

 

리케

어, 둘한테도요? 왜죠?

 

미틸

후후. 왜냐면, 리케의 그 마음은……. 저나, 카인 씨나 모네 님이 리케에게 언제나 느끼고 있는 기분이니까요! 그쵸?

 

모네

네! 

 

카인

그럼! 

 

리케

……! 

그런가, 이 기분이……. 

…… 제가 다양한 걸 알아가면, 여러분이 기쁜 듯이 웃는 게 항상 이상했어요. 그런데 오늘, 드디어 알았어요.

에헤헤. 왠지 엄청 간질거리네요! 

 

리케의 물든 뺨은 노을의 붉은 빛이 섞인 행복의 색으로 보였다. 

 

리케

모네 님. 앞으로도 저와, 모두와. 함께 이 세계에 대해 많이 알아가요!

 

모네

네, 물론이죠! 

 

리본을 묶는 것처럼, 소중하게 리케가 건넨 말. 선물을 받은 것처럼, 내 마음속에서 그가 준 말을 꼭 끌어안았다. 

 

스노우

…… 눈부시구나. 아직 모르는 미래에 눈동자를 빛내는 젊은이들이란. 

 

화이트

젊은이들뿐만이 아니야. 터무니없는 세월이 쌓여가도, 언제나 미래란 눈부시고, 이 손으로 잡고 싶다고 애타게 생각되는 거겠지. 

 

스노우

화이트……. 

 

스노우는 이어붙이듯 화이트의 손을 잡았다.

 

스노우

우리는 예언의 힘을 가지고 있지.

그 미래를 지켜볼 날에도, 이렇게 옆에서 손을 잡고 있자. 

 

화이트

…… 물론이지. 지켜보세. 

미래의 우리가, 그리고 저 자들이……. 어떤 길을 걷고, 선택하는지를.

 

화이트도 스노우의 손을 마주 잡는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시선 끝에는 오즈의 옆모습이 있다. 

 

오즈

해가 떨어진다.

 

덜컥 바라보면, 구름 사이에서 비치는 노을빛이 사뭇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일몰까지 더 이상 유예가 없다. 

 

오즈

모네, 주문을.

 

모네

네.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현자의 서를 든다. 오늘 몇 번이나 외웠던 주문을, 천천히 입에 담는다.

 

모네 · 오즈

《ヴォクスノク》

 

오즈와 내 목소리가 겹친다. 

쏴아, 바람이 불었다. 커다란 손으로 밀어내는 것처럼 순식간에 구름이 걷혀간다.

회색과 주황색이 섞여, 짙은 보라색으로 물결치는 하늘은 영화처럼 성스럽다. 

그 너머로 저물어가는 태양이 보였다. 사라져 가는 모습인데도, 눈을 태울 듯이 강렬하고 눈부시다. 

 

모네

(역시 대단하다……. 이게, 오즈이기에 할 수 있는 마법.)

 

격렬한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모네

(오늘 일을 마음에 새겨 두자. 이 광경과 함께, 오래도록…….) 

 

 

모네

후우, 마지막까지 소란스러웠네. 북쪽 마법사는 다시 한 번 싸움을 걸어왔고…….

 

늦은 밤이 되었을 무렵, 나는 내 방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뒤, 마법관에 돌아오니 위로회라고 칭한 뒤풀이 파티가 식당에 준비되어 있었다. 마법사 체험의 마무리로써 마법관의 전원을 끌어들여 마시고 노래하며 방금 전까지 들떠 있었던 것이다. 

 

모네

정말 재밌었지.

 

하루를 되새기며 침대로 들어간다. 누운 몸은 충실감과 행복감에 휩싸여 있었다. 뒹굴거리며 뒤척이고 있을 때, 책상 위에 올려둔 에메랄드 그린 색 병이 눈에 들어왔다.

 

모네

그리워하기엔 아직 일러! 마지막 즐거움이 있잖아. 맛보아 볼까.

 

미틸의 수업에서 만들었던 '원하는 꿈을 꾸게 해 주는 약'. 병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약간 중독성 있는 단맛이 목으로 미끄러졌다.

 

모네

하아, 마셔버렸다……. 

기대되네. 어떤 꿈을 꿀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마법을 쓸 수 있다거나……!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고 있자니, 사쿠 쨩이 침대 위에서 몸을 말았다. 

 

모네

잘 자, 사쿠 쨩.

 

나도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다. 수마는 금방 찾아왔다. 

 

리케

………….

 

모네

리케?

 

리케

…… 현자님. 어쩌죠……. 엄청 무서워요. 저도 언젠가……. 언젠가……. 재액의 상처가 생긴다고 생각하면, 무서워서, 어쩌면 좋죠…….

 

가는 어깨를 움츠리고, 리케는 겁에 질려 있었다.

나는 힘을 더해주듯 그의 손을 잡았다.

 

모네

리케, 괜찮아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제 힘이 있다면 괜찮아요. 저는 재액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으니까. 샤일록의 상처도 오즈의 상처도 낫게 한 것처럼.

 

 

샤일록

…… 윽……. 

 

샤일록이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누르고 있다. 나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샤일록에게 다가가 그의 가슴에 손을 댔다.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샤일록

…… 이건…….

 

모네

샤일록, 안심하세요.

재액의 상처는 없어졌어요. 당신의 심장은 두 번 다시 타오르지 않아요.

 

 

오즈

《ヴォクスノ》……. 쿨…….

 

모네

…… 오즈, 일어나세요. 

 

오즈

…… 으…….

…… 나는 또 잠들었던 건가.

 

모네

네. 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이제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오즈

…… 무슨 의미지.

 

모네

재액의 상처는 제가 없앴어요.

당신은 이제 언제든지 마음 가는 대로 마법을 부릴 수 있어요.

 

오즈

재액의 상처를, 네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오즈는 지팡이를 들고 천천히 주문을 외웠다.

 

오즈

…… 《ヴォクスノク》

 

밤을 관통하는 듯한 섬광이 번쩍이고, 천둥이 요란하게 울렸다.

 

모네

(…… 아아, 다행이다. 이걸로 모두……. 재액의 상처로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모네

………….

……?

 

서서히 잠에서 깨,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날이 밝아오는 기색은 없고 방 안은 새까맣기만 하다. 시계를 보니 잠든 지 한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멍하니 앉아 있으니 사쿠 쨩이 가까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작은 몸을 꼬옥 껴안았다.

고요함을 말해 주는 시계 소리가 째깍째깍 울렸다. 

 

모네

방금 꿈이……. 내…….

…………. 

(…… 바로 잠들지는 못할 것 같네.)

 

사쿠 쨩을 안은 채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방 밖으로 나갔다.

 

 

밤바람이 피부에 기분 좋게 스친다. 오즈가 하늘을 맑게 해 준 덕분에, 오늘 밤은 별이 빛나는 게 잘 보인다. 분수 가장자리에 걸터앉으며 나는 방금 꿨던 꿈을 떠올렸다. 

 

모네

(…… 내가, 재액의 상처를 치료했어. 샤일록의 상처도, 오즈의 상처도. 아마 다른 사람들의 상처도…….)

 

오늘 밤 내가 꾸는 건, 현자의 마법사가 된 꿈의 다음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어제까지 그걸 바라고 잠에 들었으니까. 하지만——.

 

모네

(원하는 꿈을 꾸게 해 주는 약인가.) 

 

단숨에 마셔버린 약의 이름을 마음속에서 덧그린다. 

 

모네

원하는 꿈……. 역시 이름대로네. 

 

오늘 하루, 기적 같은 힘을 체험했다. 마치 별똥별처럼, 모두가 소원을 들어줬다. 친구처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주 웃으면서……. 꿈보다 더 꿈 같은 시간을 주었다. 

 

모네

(그래서 내 안에 새로운 소원이 생긴 거야. 그들이 나한테 해 준 것처럼……. 현자의 힘으로, 내 힘으로, 나도 모두의 소원을 이루어 주고 싶다고.)

 

온 하늘의 별이 말없이 빛나고 있다. 분명히 형체를 이룬 소원을 되새기며, 나는 무수히 빛나는 별들을 계속 바라보았다. 

 

오즈

현자.

 

모네

오즈.

 

오즈

이런 시간에 뭘 하고 있지.

 

모네

그건……. 

…… 그만 잠이 깨 버려서. 산책이라도 할까 하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밝은 목소리를 냈다. 

 

오즈

………….

너도인가.

 

모네

네……?

오즈도…… 잠이 깨 버렸나요?

 

오즈

아아. 

 

오즈는 천천히 내 옆에 앉았다. 분수에서 물이 흐르며 찰랑거리는 시원한 소리가 들린다. 

 

오즈

…… 오늘. 너는, 엄청난 힘을 얻었다.

그리고, 상실했다. 

 

모네

………….

 

오즈

그런 체험을 하고 평온하기는 어렵겠지. 

 

오즈는 달을 올려다 보며 천천히 말을 쌓아간다. 오즈의 말에는 분명히 나를 향한 위로의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말을 꺼내면서도, 혼잣말을 하듯이. 

 

모네

(…… 그런가. 혹시, 그때 그 말은…….) 

 

오즈

힘을 쓰는 나날들이야말로 내 일상이었다. 

 

낮에 북쪽 나라에서 느꼈던, 그의 모래알 정도의 흔들림. 그것을 지금 손톱 끝으로 건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네

…… 오즈. 사실은 아까, 꿈을 꿨어요. 

오즈의 상처를……. 모두의 재액의 상처를, 제가 치료하는 꿈이었어요.

 

오즈

…………. 

 

오즈는 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아무 말도 없이 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그에 격려 받아, 나는 말을 이었다. 

 

모네

현자의 마법사가 되는 꿈은 오늘 모두가 이루어 주었어요. 하지만, 모두의 재액의 상처를 치료하는 꿈은....... 스스로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단서도 적지만....... 언젠가 분명히 이루고 싶어요. 현자로서, 반드시.

다짐을 담아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쥔다.
그 주먹에 온기가 느껴졌다고 생각하면....... 오즈가 손을 포개고 있었다.

오즈
모네.

모네
......!

마법사 체험의 영향으로 그렇게 부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모네
...... 죄송해요. 한 마디 덧붙이는 걸 깜빡했어요.
현자로서, 모네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겨서, 의욕이 너무 넘쳐서 그만 잠이 깨 버렸나 봐요.

거짓말이 아니다. 이번에야말로 허세가 아닌 미소를 지으며 오즈의 눈을 바라본다.
괜찮다. 역할에 얽매여 있는 게 아니니까. 이건 틀림없는 모네의 소원이니까.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찰나, 오즈는 눈을 한번 깜빡였다.

 

오즈

…… 내 주문을 외워 보아라.

 

모네

…… 네? 하지만, 이제 현자의 마법사 체험은 끝났고…….

 

게다가, 지금은 밤이다. 오즈는 마법을 부릴 수 없다.

 

오즈

잊지 마라. 밤이 되어도 나는 신기한 힘을 쓸 수 있다. 

네가 있다면.

 

오즈는 다시 한 번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깊은 밤만큼이나 고요한 눈빛이 나만을 보고 있다.

 

오즈

너와 뛰어넘었던 밤은 꿈이 아니다.

너 자신의 힘도, 나의 힘도, 전부 잃지 않았다. 분명히, 여기에 있어.

그걸 다시 한 번 믿게 해 보아라. 너 자신에게, 나에게. 

 

마음속에 있는, 단 하나의 작은 병을 찾아내는 듯한, 올곧고 절실한 울림이었다. 분명 지금 한 말도, 나에게만 건네는 말이 아니겠지. 그렇기에 나도 스스로를 타이른다.

스스로를 믿고 싶어. 당신을 믿고 싶어. 

이 별 아래에서도, 오즈와 내가 있으니 반드시 괜찮을 것이라고.^[각주:8] 

 

모네

…………. 

 

나는 숨을 한 번 내쉬고 오즈의 손을 잡았다. 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모네 · 오즈

《ヴォクスノク》

 

모네

와앗……! 

(떠올랐어……?!)

 

몸이 지면에서 떨어져 둥둥 떠올랐다. 무심코 오즈를 보자, 역시 허공을 떠다니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오즈는 미소 짓고 있었다. 이쪽을 안심시켜 주는 눈빛으로. 

 

모네

(아…….)

 

그걸 보고, 나는 떠올렸다.

언젠가의 중정. 오늘 밤과는 다른, 나를 보며 안심했다는 듯이 웃는 오즈를.

그 다음으로 떠올린다. 오늘의 시작의 의식을.

 

오즈

역할을 너무 많이 짊어질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현자의 마법사를 알고 싶다고 바라는가. 

 

이상한 울림이었다. 마치 되돌릴 거면 지금이다, 라는 말을 들은 기분이다.

 

그건 나의 각오를 묻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의 오즈는 설마…….

은빛 머리카락을 흔들며 웃는 소년의 예언을 막기 위해 운명에 개입했던 날을 떠올렸던 걸까. 

 

모네

오즈.

 

오즈

왜 그러지.

 

모네

같이 알아가요. 이 세계에 대해서.

누구 하나 빠짐없이, 다 같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할게요. 약속합니다.

 

오즈

………….

 

분명히 그의 예언을 들었던 날과 같은 말을 고한다.

 

오즈

그러자, 모네. 

 

지금, 또 한 번, 우리들의 신뢰의 한 조각을 쌓아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감으면, 오늘 하루의 기억이 떠오른다.

마도구로써의 현자의 서를 넘기는 소리. 

모두와 돌아다녔던 각 나라의 향기.

같이 만들었던 약의 맛.

나에게 보여 주었던 허물없는 미소.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오즈의 손의 온기. 맞잡은 손을 통해 모든 것이 마음에 스며든다. 천천히 눈을 뜨면, 오늘 봤던 그 노을과 닮은 오즈의 붉은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그 하늘과 같은 생각을 했다.

 

모네

(오늘 일을 마음에 새겨 두자. 이 광경과 함께, 오래도록…….) 

 

---

 시나리오 라이터: 유키노시타 나치(@nachigohan)
 

1. 절문 좌우 양쪽에 안치된 금강 역사力士의 상像 [본문으로]
2. 相棒 [본문으로]
3. 微睡み草 [본문으로]
4. バフィッシュ [본문으로]
5. いい引き [본문으로]
6. おまえの教え方が上手い [본문으로]
7. 手の届かない憧れをたくさん叶えてもらった。 目を覚めるような宝物をたくさん詰めてもらった。 [본문으로]
8. どうかこの星の下でも、オズと私がいれば、絶対に、大丈夫でありますように。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