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밤

현자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왜 그렇게 생각해? 현자님.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세요. 저는 현명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아요. 누군가에게 기대받으며, 누군가를 이끄는 역할 같은 건 저한테 안 어울려요. 아무리 '잘하고 있어' 나 '역시 의지할 수 있네' 같은 말을 들어도, 다음번에 실패하면 어쩌지,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드니까. ······ 피가로와 마법관의 모두에게 현자로 대해지는 건, 믿을 수 있는 존재로 대해지는 건 정말 기쁘고 영광이지만······. 의지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피가로에게 이런 말 해 봤자, 우습게 보일 거라고밖엔 생각 안 되지만······ 그래도, 역시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었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