クロノスタシス

"사람을 좋아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마음 속 어딘가가 허전해서, 고독하다고 느껴졌지만요. 기억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랑해 왔어요. 그리고 세계가 바뀌어도 같아요. 분명 사랑하고 있지만······.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떤 생각?"
"제가 피가로가 좋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 진짜 사랑이 아니라, 혼자가 되는 게 두려운 제 마음의 착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에요. 진정한 사랑이란 걸 해 본 적 없어서 사랑이 뭔지 모르는 걸까요. 원래 사랑이란 건 이렇게 불안정한 걸까요."
"············."
"피가로에게 물어도, 피가로도 알 수 없겠죠. ······가끔, 이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고는 있어요. 목소리가, 얼굴이, 손가락이, 따뜻한 체온이 좋아요. 피가로가 해 주는 말이 좋아요. 피가로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어쩌면, 피가로에게라면, 숨이 거둬져도 좋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끔찍한 마음이, 정말 사랑이 맞는 걸까."
"············."
"······죄송해요, 갑자기. 이런 두서없는 말이나 늘어놓고."
"음, 아니야. 그럼, 현자님, 내가 하나 물어봐도 될까?"
"뭔가요?"
"나의 좋은 점 말고, 내가 왜 좋다고 생각해?"

금방 답이 올 거란 피가로의 예상과는 다르게, 모네는 입을 다물었다. 다정한 눈으로 입술을 바라봐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있던 모네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피가로가 좋다고 생각한 건, 무서워서······."
"무서워서?"
"너를 조종하고 싶어,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게 무서웠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동시에, 좋아, 라고 생각해 버려서, ······피가로의 상냥한 점도 물론 좋지만, 북쪽 출신다운 점도 좋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도 피가로가 저를 죽일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은 걸까요······."